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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절약이 답이다

절약할 수밖에 없는 논리

by 홍그리

누군가 물어본다. 지금 이 엄청난 상승장에 왜 주식투자비중을 늘리지 않는지, 왜 금을 사지 않는지, 왜 달러로 자산을 바꾸지 않는지, 비트코인을 하지 않는지, 돈도 있으면서 왜 집을 하루빨리 사지 않는지. 끝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은 사실 내 자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앞에 열거한 것들을 내게 추천해 주는 이유는 그 자산이 모두 버블처럼 오르고 있기 때문에 본인도 조급함에 동의를 구하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것. 그리고 사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 자산 가치가 또 오르거든. 실제로 내가 그 자산에 전재산을 넣어 떼돈을 벌면 적당한 질투와 함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면 적당한 안도감과 시원찮은 위로로 나를 달래고 잊어버릴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내게도 그렇다. 나는 그들의 조언과 끝을 모르고 오르는 자산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르는 자산에 따라서 추격매수를 하고, 내리는 자산을 지켜보다 도저히 못 참고 손절을 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변하지 않는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돈은 쓸데만 쓰고 안 쓰면 알아서 모인다.

그리고 내가 그냥 잘 벌면 된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둘이 잘 벌면 된다. 그리고 한 곳간에 함께 넣으면 된다. 그리고 같이 안 쓰면 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든 말든 환전할 것도 없다. 환전은 그냥 해외여행 가기 하루 전날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생산성 있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영향력을 주거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투자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소한의 시간으로 장기투자를 하라는 거다. 흔히 최근에 돈을 잃는 가장 큰 실수 1위가 ’사팔사팔‘ 전략이라고 한다. 사고팔고 무한반복. 그냥 가만히만 놔두고 클릭 한 번으로 계속 무지성으로 사고 10년 뒤에 열어보면 된다. 그거랑 결국은 동일한 논리다.


그렇게 오르는 자산에 일희일비하고 만원이라도 더 벌려고 손가락질 혹은 뉴스 봐봤자 한 개인은 시장을 쫓지 못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절대 없거든.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어떤 이유로 시장이 폭락하면 무언가를 사라 이런 말은 하루아침에 쏙 들어간다. 지금 한창 부동산규제로 시끄러워도 몇 달 뒤면 또 슬금슬금 전세매물이 올라오고, 급매가 나오고, 또 잠시 조정기를 갖다가 다시 오르고 무한반복. 전혀 휘둘릴 필요가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 지금 같은 코스피 주식 호황기에도 조정이 올 것이고, 금융위기니, IMF니, 무역전쟁이니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도 언젠가 또 정상화되고 돌아온다.


그럼 답이 나온다. 결국 우리가 목숨걸어야 하는 건 시간과 양이다. 시간은 먼저 두 가진데 내가 먼저 투자할 수 있는 시간. 그게 그 어떤 자산이든 상관없다. 시간을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복리가 되는 자산이 좋겠지.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오르는 자산들.

정답은 각자가 가진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걸 꾸준히 그냥 계속 매집하거나 그 상품에 돈을 넣으면 된다. 그 어떤 소문이나, 가십이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몇십 년 동안 똑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똑같이 하면 된다. 단, 그것이 시간이 지났을 때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는 자산이라는 믿음과 확신은 본인의 몫이다. 그게 실제와 유사하다면, 그것만 파면 어떻게든 떵떵거리는 유명 연예인이나, 국회의원, 재벌, 기업총수처럼 성공하진 못해도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다음은 내가 쓸 수 있는 시간.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것에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 한번 할 수 있는 시간, 책 한 권이라도 읽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뽑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에 얼마나 내가 충실할 수 있는지. 그게 더 나은 사람을 만들고, 더 시장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 시간의 양을 투입하면투입할수록 돈을 버는 주체인 내가 성장하니까. 부부관계가 원만해 바깥에서 더 당당하고, 지식을 쌓고, 건강해지고, 업무효율이 올라가고. 선순환 무한루프.


두 번째는 양이다. 환율이 아무리 오른 들, 원화가 바닥을 치고 있고 예적금을 들면 바보라느니, 망했다느니 하는데 그냥 그 원화를 많이 벌면 어차피 같은 논리다. 그냥 내가 원화 자체가 똥값이 되든 말든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많이 번 원화를 잃지 않고 많이가지고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려면? 내가 더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거나, 회사를 안 다니는 사람이라면 회사 없이도 이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어떤 능력을 갖췄거나, 그걸 실제적으로 내가 키워가거나. 그게 지금 당장 힘들면? 아끼면 된다. 더 많이 내게서 잃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절약인 거다. 내가 내 몸값을 키우는 건 당장 짧은 단시간 내 이룰 수없는 일일 테니까.

그 절제를 스스로에게서 먼저 찾으면 된다. 나도 그랬다. 그게 가장 빨랐다. 내걸 줄이면 필요한 걸 더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이게 1단계다.

먼저, 내가 가진 물건의 전체에서 반을 줄인다. 억지로라도 줄인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냐. 이건 실제로 해본 사람만 안다. 내가 잃은 50%가 내가 가진 50%를 더 빛나게 해 준다. 더 소중해진다. 그래서 1년 쓸걸 2년 쓰고, 2년 쓸 걸 3년 쓴다. 그리고 더 단순해지기에 무언가를 소비할 생각이 애초에 들질 않는다. 허영심에 젖어 구매했던 것들을 버리는 목록에 전부 포함시킨다. 버리는 것조차 아깝다면 싸게 당근에 올리면 된다. 그리고 그 어떤 비교도 없이 현재 내가 가진 것에서 만족을 느껴보면 된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된 텅 빈 거실을 떠올려보자. 무언가를 채울 욕심보다는 편안하고 넓은 생각이 먼저 나고, 그게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일단 1단계는성공이다. 반을 줄인다는 그 영역을 본인의 최대관심사에 먼저 갖다 대면 된다. 옷이면, 옷. 신발이면 신발. 집안 장식품이든, 책이든, 전자기기든, 뭐든. 그럼 이제2단계가 가능해진다. 의식주 중에 식과 주는 갑자기 극단적으로 줄이면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니, 의중에서 본인이 생각했을 때 필요 없는 걸 처분하면 된다.


단적으로 지갑을 열었을 때 아무것도 없다면 지폐만 가득 넣을 수 있다. 근데 명함이며, 쓸모없는 상품권에,할인권에, 영수증만 가득하다면 가장 중요한 지폐를 넣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해진다. 실제로 모든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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