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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있으면 행복할까

만족을 모르는 사회

by 홍그리

금주 미국 금리인하를 앞두고 원화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오르고 있다. 안전자산 달러나 금, 은을 비롯한 미국주식, 국내주식, 코인 등 한 푼이라도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이다. 대개 안전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위험자산 변동성이 심하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는 꽤 드물다. 누군가는 장기적 스테그플레이션을 암시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길지 않은 시간 내 큰 변동성이 예상되므로 섣불리 오르는 자산에 큰 금액을 투자한다거나, 인버스에 배팅한다거나, 3배 레버리지와 같은 탐욕이 반영된 투자는 안 해야겠다 생각한다. 자산의 변동성이 시작된다는 건 이미 선반영이 어느 정도 되어있다는 의미이므로 지금 마음먹고 움직여봤자 큰 이득을 보기도 힘들겠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직장인은 월급이 하찮아진다. 월급이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니 큰 금액으로 와닿기 힘들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 매출이 늘어나도 자산증식의 개념보다 생활비가 조금 풍족해졌다 정도에서 끝난다. 매일 벌어들이는 이 소득으로 절대 인생을 바꿀 수 없고, 현 상황을 단지 유지시켜 주는 수단으로만 뇌리에 각인된다.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점철된 이 마인드는 일상을 더 허무하고, 덧없게 만든다. 이 허무를 더 극대화하는 게 바로 나 빼고 다 돈을 벌었다는 '포모현상'이다. 아, 나는 성실히 매일 일터에 나가 돈을 벌고 있고, 내 가족을 위해서 하루도, 단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데 갑자기 벼락거지가 됐다. 왜?나는 테슬라에 투자하지 않았거든. 코인을 하지 않았거든. 예적금만이 내 자산을 지켜줄 거라 믿었거든. 그 와중에 SNS를 켜면 온갖 수익인증글들이 쏟아진다.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니, 코인으로 얼마를 땄니, 온통 빨간 실현수익란에 적힌 숫자를 보면서 그 숫자의 가치만큼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본인의 밑바닥을 거울질한다. 그 순간만큼은 내 가치가 남들이 불로소득으로 번 그 실현수익보다 한없이 낮아 보이고, 쓸모없어 보인다.


이렇게 돈을 벌어 또 큰돈을 투자한 사람은 큰돈을 계속 벌고, 돈을 못 버는 사람들은 계속 못 버는 양극화가발생한다. 근데 이 양극화를 우리는 그 어떤 감정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운이 좋거나, 본인이 공부를 많이 했거나 돈을 번 사람들은 어쨌거나 본인이 선택을 잘한 것이니, 그 어떤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그걸 비난하는 사람은 백이면 백 다 질투와 시기다.그렇다고 투자를 하지 않거나 잘못된 곳에 투자해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앞으로 전자처럼 어떤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잃은 돈을 더 메꿀지, 돈을 더 벌지에 대한 궁리와 실천만 하면 된다. 문제는 뭐냐. 이 양극화에 있어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안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그 시장 안에선 결코 '만족'을 모른다는 것. 도박은 손가락을잘라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보겠다.

본인이 가진 주식이 -50%였다고 가정하자. 3년을 버텨서 결국 본전을 찾았다. 그 돈을 뺄 수 있을 것 같나? 절대 못 뺀다. 왜? 더 갈 것 같거든. 그러다가 다시 물리고, 물리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게임에서 이겼다고 들떠서 현재를 등한시해서도 안되고, 게임에서 졌다고 앞선 예시처럼 월급이 우스워보인다거나, 포모에 허우적대며 자괴감에 빠져도 안 된다. 내 자산증식과 투자 그리고 내 삶은 어떻게든 별개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지금 내가 오늘도 숨 쉬고 살고 있는 이 하루의 감사함 속에서 만족을 알고, '나'라는 존재가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경제유튜버들 봐라. 돈 어떻게 버나. 주식이 오르든, 내리든 계속 본인 콘텐츠 올린다. 그 콘텐츠 속에는 경제에 관련된 지식공유의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추측도 있다. 그 추측이 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좀 공부해서 미래 경제전망을 모두가 예측한다면 모두가 그 주식강의를 듣고, 주식차트 분석하고,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미국 뉴스를 생방송으로 틀어놓고만 있겠지. 그때마다 돈 넣었다 뺐다 하면 되니까.

심지어 그들은 대개 틀린다. 너무 자주 틀려 오히려 조롱받는 경제유튜버도 있다. 오히려 그가 말한 것에 반대로 하려고 구독자가 몰린다. 근데 그들은 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돈도 많이 벌고 잘 산다. 반대라고 조롱 받든 뭐든 계속 구독자도 는다. 왜? 경제위기가 오든, 경제가 호황이든 누가 틀렸다 뭐라 하든 계속 본인만의 인사이트로 전망을 내놓고, 추측하는 콘텐츠를올리니까.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보면서 조회수를 올리고, 그 많은 조회수 중에는 그 강의에 믿음을 가지고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주식이폭락하든 말든 아무 상관없이 계속 잘 산다. 주식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콘텐츠만 올리면 잘 산다. 이 본질을 파보면 결국 그들은 투자와 본인의 삶을 철저히 분리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 강의를 올리면서도 정작 그의 주식계좌는 마이너스 일지 어떻게 아는가. 아마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다. 반대로전망을 내놓는 유튜버가 아니라, 경제분석을 하는 유튜버라 해도 똑같다. 주식이 오르면 오른 이유를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실적이 좋다거나, 누군가 매수를 했다거나, 시장에서 리스크가 없어졌다거나. 붙이기 나름이다. 주식이 내리면? 또 내리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된다. 그만큼 쉬운 게 어딨나. 그들이 말하는 이유가 틀리든 맞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콘텐츠를 계속 쌓아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그 영상을 보는 시청자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존경받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삶에는 변하지 않는 루틴이란 게있거든. 절대 망하지 않는다.


경제는 결국 사이클이고, 하나의 흐트럼없이 한 발짝 떨어져서 투자와 내 삶을 분리시켜 하루 24시간에 만족스러운 시간을 단 1분이라도 만드는 일. 우리는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도 일과를 끝내고 운동을 가고,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고, 얘기를 나누고, 산책하고, 아무 일 없이 잠드는 삶. 아니면 하루 종일 놀았거나 쉬거나 다 본인이 만족하면 된다. 어떤 성과를 이뤄야 할 필요 절대 없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만족을 느끼면서 내 일상적인 루틴을 가져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 와중에 주식이 내리는 것보단 오르면 좋을 것이고, 내가 하는 그 루틴 속 없는 걸 만들어낸다거나, 단순업무가 아닌 중요한 프로젝트를 한다거나, 생산성 있는 무언가라면 더 좋을 테지만 그건 바람일 뿐. 목적이 전도돼 내 삶이 전자에만 맞춰져 있다면 삶은 만족과 그대로 대칭되는 불행이 따라온다. 주식으로는 몇천만 원 벌었는데, 부동산으로는 몇억이 수익이 났는데 집 가는 길 저녁거리 사는데 천 원, 이천 원이 아깝고, 친구 커피 한잔 사주는 게 아깝고, 요리하기 너무 지치고 힘든 날 배달음식 하나 시켜 먹으려는데 그 돈이 아까워서 쩔쩔매는 삶을 살고 있다면 삶이 얼마나 아까운가. 뭔가 잘못된 거고 그건 전형적인 절제의 역기능이다.


오늘 하루 어떤 소비를 했나 생각해 본다. 늘 그랬듯, 참 별 것 없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을 산다. 어쩔 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산다. 점심을 사 먹는다. 퇴근 후 음료 한잔을 사서 헬스를 가거나, 헬스가 끝나면 샐러드를 먹는다. 어쩔 땐 헬스 이후 지출을 모두 집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주말엔 가끔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한다 쳐도 쇼핑 10~15만 원, 외식 10만 원 해서 이십만원남짓. 이걸 한 달 동안 계속한다 해도 넉넉히 잡아 100만 원 정도다. 그리고 집세내고, 보험비내고, 이것저것 고정비 해봤자 진짜 많아야 2백, 3백되겠지. 결국 우리 내 한 몸 건사할 돈은 내가 일을 해서 버는 노동소득으로도 사실상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혼에다 대기업, 전문직인 사람들이 돈을 쓸데가 없어 피규어 모으고, 비싼 자전거 타고, 외제차 타고 다니는 거다. 결국 넉넉히 잡아 나는 월 200~300에도 사실상 만족할 수 있다는 것. 근데 우리는 10억, 아니 100억 자산가를 꿈꾼다. 그리고 그 위치에 하루빨리 가기 위해서 서로 중간점검을 한다. 어떻게?


“저, 34살인데 1억 정도 모았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나요?”

“31살인데 5천만 원 모았어요. 결혼할 수 있을까요?“

“다들 주식으로 얼마나 버셨나요? 전 이것밖에 못 벌었네요(수익인증)”

“40대에 집 없으면 실패한 인생인가요?”

“35살엔 보통 평균적으로 얼마를 모아야 하나요?”


다들 집단정신병에 빠져사는 것 같다. 만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내가 모은 돈이 평균보다 만약 낮으면 어쩔 건데. 죽나? 정작 부자들도, 지금 이런 글을 올리면서 본인을 중간점검받고 싶은 사람들도 우리 모두가 하루에 느낄 수 있는 행복과 만족에 필요한 돈은 진짜 얼마 안 된다. 서로 알지만 암묵적으로 모르는 척해주는 건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 모두가 단체로 모르고 있는 건지. 그 어떤 것을 양자택일 하더라도 정신병이 확실하다 이건.


내가 지금 출발선에 한참 늦었든, 빠르든, 속도와 이에 따른 한탕에 집중하기보다 오늘 나한테 감사하고, 나의 만족, 내 삶의 루틴을 어떻게 강경하게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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