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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07. 2023

프러포즈 해야 하는데 샤넬이 없대요

대성공 프러포즈 비결을 공개합니다

 대망의 그날이 왔다. 바로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날이다. 어떻게 이렇게 떨릴 수 있단 말인가. 여자친구와 함께 준비해 둔 호텔에 들어갈 때 그 기분은 마치 최종면접에 들어가는 면접자의 마음과 흡사했다. 준비했던 led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테이프로 간간히 붙인 풍선이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포스터 2개와 케잌 레터링은 일주일 전에 미리 준비했다.

 문을 열고 짜잔- 하고 시작된 프러포즈에 여자친구는 내가 핸드폰을 들고 찍어대는 영상에 먼저 어리둥절하며 눈치를 챘고 이에 편지와 정성껏 만든 영상을 보여주며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걸어주며 청혼을 했다.

 "나랑 결혼해줄래?"

 "푸하하하하 얼른 끼워줘"

 결과는 대성공. 그저 귀엽게 웃어줄 줄만 알았던 여자친구는 영상을 켜니 눈물을 보이며 고맙다 너무 고생했다 했다. 4년을 만나며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인생은 사랑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귀결된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돈을 얼마를 벌었고, 지위가 어떻고, 누구를 만나고 결국 죽음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일들이다. 죽어서 돈과 명예를 가지고 가진 않을 것 아닌가. 인생을 사 이유는 딱 하나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럼 누구와 행복할 수 있나?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다. 결국 내 인생은 하나뿐인 아내지독히 사랑했던 사람,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일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렇게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를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딱 그 표현이 맞겠다.

 오직 사랑만이 인생사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감정이며 이거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늘 돈을 좇지만 돈은 어떻게 보면 가장 해결하기 쉬운 문제다. 없으면 벌면 되니까. 내 몸만 건강하다면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쉬운 시대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는 필수적이다. 내 온전한 마음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생 나와 함께 살아달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프러포즈의 의미는 ' 나는 이 험난한 삶에서 너한테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가 아닌 '너는 나한테 평생 의지해도 된다, 너 하나만큼은 내가 지켜주겠다'라는 확신었고 그 확신이 들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 시도한 것 자체에서 주사위는 그녀에게 있는 것이다.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생에 한 번뿐인 프러포즈에서 그녀를 더 감동시킬 수 있을까?


 첫째, 안되면 대안을 찾는다. 그녀는 샤넬 가방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오픈런을 7번이나 했는데도 결국 원하는 모델을 구매하지 못했다.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 내가 생각한 것이 샤넬을 살 수 있는 수표를 봉투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샤넬사진을 오려 봉투에 붙여서 주니 너무 귀엽다며 좋아했다. 샤넬 매장을 몇 번이나 갔다는 것도 영상에 담아 기쁨이 두 배가 되도록 했다.  연애기간 동안을 충분히 생각해 보고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해주자. 평 잊지 못할 것이다.

샤넬봉투와 반지, 케잌들

 둘째, 진정성 있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 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풍선을 백날 붙이고 촛불을 켜봤자 지난 연애에 대한 추억과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안 한 것보다 못하다. 적어도 긴 편지나, 영상을 제작해 함께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추억하자. 준비한 도 눈물이 저절로 날 것이다. 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셋째, 절대 눈치를 채면 안 된다. 요즘은 눈치를 채도 여자가 모르는 척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치를 안 채게 준비해야 감동은 배가 된다. 갑자기 호텔에 가자고 하면 당연 눈치를 챌 수 있으니 나는 생일 핑계를 댔다. 서로의 일정에 맞추어 프러포즈 장소에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몰래 만들자.

 넷째, 돈을 아끼지 않는다. 평생 한번뿐인 프러포즈를 중국집에서 할 수는 없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호텔, 정 안되면 집도 좋다. 로맨틱하고 private 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을 선정하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서 돈을 주고 영상을 외주에 부탁한다거나, 프러포즈 패키지를 따로 신청하는 것도 프러포즈를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꼭 나만 줄 수 있는 우리의 메시지와 감동이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직접 영상을 만들고 풍선을 직접 부는 것이 본인에게도 더 기억 남는 날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는 결혼 준비 전에 하는 것이다. 나도 못 지킨 거라 더더욱 미련이 남는다. 함께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 여자도 이 남자와 사실상 결혼을 할 거라는 암묵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상황이다. 프러포즈가 청혼을 하는 것인데 사실상 정례적으로 치르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게 돼버린다. 정말 감동적이게 하지 않는 한, 간단하게라도 프러포즈는 꼭 연애할 때(결혼준비 전) 하도록 하자. 그래야 남자도 추후 결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전혀 부담이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늘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다시한번, 남는 건 사랑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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