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6시 생각들에 대하여
오늘도 이렇게 어김없이 해가 뜹니다
이사를 하며 모든 생활루틴을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공간의 변화는 내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먼저 하고, 생각정리 및 글을 쓴 뒤 출근을 한다. 미라클모닝을 해오고 있지만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운동을 하고 하루일과를 시작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고작 이틀 째 이 삶을 살아보고 현재 느낀 점이 참 많다.
첫째, 이 세상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오랜만에 아침 6시 반에 열차를 탔는데 2호선은 사람들로 빽빽이 가득 차있다. 9호선은 이거보다 2배는 더 심하다고 한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커녕 내 몸을 부딪힐 정도다.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운동복차림의 사람들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내게 주어진 시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이 사람들은 자신의 보통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실천해오고 있는 것일 테지만 의무적으로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다. 잠은 죽어서 자야 한다는 소리가 틀린 말이 아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과 같다. 그 시간 동안 내 미래에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더 피곤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둘째, 핸드폰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열에 아홉은 전부 핸드폰을 들고 있다. 우연찮게 대중교통에서 옆 사람이 폰으로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대체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카톡을 하는 식이다. 아직 이 네 개를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언젠가 오래전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안경을 끼시고 외모상 매우 지적인 분이셨는데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본 모든 어른 중에 가장 멋있었다. 이처럼 핸드폰은 마치 티브이와 보는 것과 같이 킬링타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에게 그 어떤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단지 일상생활의 편리함만 가져다줄 뿐이다. 내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멀리해야 한다. 애인과의 연락이나, 중요한 업무 전화를 제외하고는 폰을 보는 것을 최대한 줄여나가려고 노력한다. 아무런 알림이 오지 않고, 급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성 갤럭시는 특히나 매주 일요일 내가 일주일 동안 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려준다. 이 알림은 나에게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번주는 저번주보다 몇 시간 몇 분 더 낭비했는지 기계가 인간에게 꾸짖음과 반성을 가져다준다.
셋째, 무엇이든지 해본 사람만 안다.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난 뒤 상쾌한 공기를 맞는 이 기분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하기 전에는 그렇게 피곤한 짓을 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직접 해보니 왜 아침마다 헬스장으로 사람들이 붐비는지 알 것 같다. 매사가 그렇다. 무엇이든 도전하기 전에 사람들은 겁부터 먹는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결과에 불안해하며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설령 실패를 해도 그것은 기필코 다시 더 나은 방향으로 일어설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지금 새롭게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것도 어쩌면 이러한 생각들이 있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넷째, 시간과 에너지 분배의 중요성이다. 32살에 접어들며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몸소 느낀다. 멕시코에 있을 때가 25살이었다. 그때는 데낄라 2병을 생으로 나 혼자 마셔도 다음 날 멀쩡했다. 오전까지 휴식 취하고 그날 밤 또 술을 마시며 파티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 체력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회식한 번하면 다음날 아침이 너무 힘들고, 금요일이나 주말에 친구들과 죽어라 마시면 그 다음날 하루를 통으로 버려야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며 체력이 많이 부족해졌다는 반증이다.
시간은 또 어떤가? 대학생 때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시간표도 내 마음대로 짜고 남는 시간에 과제를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루틴을 채워 나갈 수 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나 포함 대부분의 친구들은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을 한다. 내 시간이 없는 것이다. 회사 갔다 오면 쓰러져 쉬기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세월이 야속하게도 하루가 다르게 일 년이 쏜살같이 느껴지고, 흰머리가 생긴다. 예전에는 매일같이 어울렸던 친구들도 각자의 일과 스케줄이 있어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 경조사 때나 볼 수 있다. 이처럼 내 시간과 에너지는 오늘이 가장 충만하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하루하루 나이가 들수록 자꾸 줄어들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함이다. 젊을 때 지금 이 30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쓰냐가 내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무리해서 아침 5시 기상 알람을 맞추었다가 포기했다. 욕심을 부린 탓이다. 이처럼 매사에 의욕만 앞서 시도했다가 접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욕심을 부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어떤 결과도 얻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내 눈앞에 있는 것부터 헤쳐 나가 보자. 공든 탑이 무너질리는 없다. 브런치 작가도 하나 둘 글을 꾸준히 쌓아가니까 얻어진 결과 아닌가. 애초에 기대를 많이 하지 말고 어떤 일을 차분하고 꾸준하게 시도해 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일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내 20대가 의욕만 앞서 욕심부려 많은 일을 벌여놓은 상황이었다면, 30대는 차분히 욕심을 버리고, 진득하게 나아가야 할 시기다. 도전을 함에 있어 30대가 마지막인 만큼 매사에 진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