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환갑을 기념하는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아쉽게도 큰형은 업무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둘째 형수님이 그 자리를 따뜻하게 메워주셨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다.
재혼 가정이라는 특별한 배경, 그리고 모두가 1살 터울인 독특한 가족 구성. 어릴 적 이 사실이 부끄러웠던 기억들이 마음 한켠에 맴돈다. 그 부끄러움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자연스러운 이해와 수용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누군가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엄마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와 큰형을 마치 자신의 핏줄인 양 사랑해주셨다. 오히려 더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를 보듬어주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 때문일까, 부모님은 늘 2순위로 여겨졌고, 첫 월급과 좋은 소식들은 가장 먼저 조부모님께 알리곤 했다. 어쩌면 서운한 눈빛을 애써 모른체 한 걸 지도 모르지만, 그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죄송함과 아쉬움뿐이다. 할아버지의 부재 이후 할머니에게만 집중했던 내 모습, 그 좁은 마음이 지금은 부끄럽기만 하다.
큰 전환점은 둘째 형의 취직과 결혼이었다. 그의 모습은 나에게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후한 연봉에도 불구하고 작은 선물조차 드리지 않았던 내 과거와는 달리, 둘째 형은 첫 명절에 두둑한 돈봉투와 함께 가족 모두에게 진심을 전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빠와 할머니조차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는 그의 모습에 정말이지 스스로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번 여행 또한 둘째 형네가 많이 준비해주었고, 특히 형수님의 헌신적인 배려가 여행의 온기를 더해주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120%, 아니 200% 가족 같은 형수님의 존재는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물이다. 가끔의 다툼과 오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같은 핏줄끼리도 어려운 요즘, 우리의 관계가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태국의 황혼, 낯선 땅에서 마지막 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잔을 부딪쳤다. 피의 연결을 넘어 마음으로 맺어진 우리의 관계, 그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여행이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의 다름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피는 물보다 묽지만, 사랑은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걸. 그날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더없이 풍요로운 가족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