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한번 전부를 내어준 뒤에도 다시 마음을 건넬 수 있을지, 그 가능성 자체가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런 확신마저 무디게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관계 속에서, 둘은 다시 웃고, 다시 기대하고, 다시 일상을 꾸려나갔다.
가끔은 우연처럼 서로의 근황을 알게 되기도 했다.
바뀐 프로필 사진, 이전보다 편안해 보이는 표정, 낯선 배경. 그 모든 것들은 더 이상 가슴을 쥐어짜는 감정을 불러오지 않았다. 대신 조용한 안도감이 남았다.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사랑이나 미련, 후회 같은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제자리를 떠났고,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것은 고마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 시절의 사랑은 분명 강렬했지만, 이제는 과거형이 되었다.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현재를 흔들지도 않았다. 죽을 것 같았던 순간들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밤들도 어느새 설명 가능한 기억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그 변화가 다행이라고 느꼈다. 완전히 잊지 않아도, 다시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한때 그는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음을 단단히 잠가두고 살았다. 다치지 않기 위해 벽을 쌓았고, 그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 역시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버텨온 시간 속에서 그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는 안다.
그 사랑은 끝났지만,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삶을 잠시 멈추게 했던 감정들이 결국은 그를 앞으로 보내주었다는 것을. 흘러간 시간 속에서 자라난 자신이, 그때의 자신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랑은 사라졌지만,
그 사랑이 남긴 잔향은 아직도 삶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