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필름, 100번의 시선

필름 100개 중 베스트 컷 찾기

2024년 02월 28일, 첫 필름을 현상한 날. 그리고 2026년 02월 26일, 100번째 필름을 현상한 날이다. 2년의 시간 동안 100개의 필름에 빛을 채웠다. 필름에 담긴 100개의 날이 모두 다르진 않지만, 다른 시선들이 새겨져 있다. 오늘은 100번의 날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담긴 필름을 돌아보고자 한다.


20240612_074821 (9).jpg 몽골의 밤하늘을 30분 동안 찍은 사진이다. 30분 동안 셔터를 열다 보니 별들의 궤적이 담겼다.

2024년 6월,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몽골 여행을 계획하면서 은하수를 마주하는 순간을 가장 기대했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밤하늘은 광활했고, 밤하늘의 모든 공간에 은하수와 별들이 가득했다. 순간과 시선을 담을 수 있는 게 사진이라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담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압도적이었고, 경이로웠다.

20240612_074833 (6).jpg 몽골의 셀렝게를 같이 여행한 현지 주민들. 나무다 만든 프레임 속에 앉아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10박 11일의 몽골 여행 중 2박 3일은 현지 주민들과 셀렝게 수흐바타르를 다녀왔다. 셀렝게 수흐바타르는 지리적 관점에서 강원도 철원과 비슷하다.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고,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울란바토르와 거리도 멀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도 잘 가지 못하는 그런 지역이다. 나는 그런 곳을 현지 주민들과 함께 다녀왔다.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20240715_021557 (5).jpg
20240715_021605 (23).jpg
촬영 전날 비가 와서 나무가 빗물에 반영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나무가 비에 젖어 색감도 진득하다.


대전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여행과 일상 속의 순간만 사진으로 담다가 오로지 사진만을 위해 다녀온 첫 출사지이다. 이때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는지, 한 장소에서 컬러 필름과 흑백 필름, 2개의 필름을 사용했다. 사진을 흔들렸을까 봐 동일한 시선을 여러 번 담기도 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사진을 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사진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지 않았나. 100번의 날을 돌아보면서 든 생각이다. 확실히 열정의 농도는 옅어졌다. 일에 치이며 살던 나는 쉬는 날이 오면 사진보다 침대를 선택했고, 긴 연휴 기간에도 출사보다는 지인과의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래도 카메라는 항상 함께했다. 출근길에 사진을 찍었고, 퇴근길에는 사진관을 향했다. 약속을 나갈 때도 카메라를 들고나가 지인들을 찍어주곤 한다. 일이 중요하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중요한 나에게는 옅어진 열정의 농도가 "적절한 간"인 것 같다. 200번째, 1000번째 필름까지 적절한 간으로, 그날의 빛들이 필름에 스며들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저마다의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