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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May 14. 2020

동생이 이름 붙인 아침에 먹던 그거

우리 형제에게 특별한 소박한 그 음식

내가 처음 요리를 시작해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다. 아기 때부터 타고난 먹성으로 먹는 걸 좋아하니 요리도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나 보다. 첫 요리는 소시지 고추장 볶음밥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는 볶음밥을 참 좋아한다. 그중에서 가장 쉽고 간단하며 맛있는! 특히 동생이 좋아하는 볶음밥이 있는데 바로 계란볶음밥이다. 흔하디 흔한 이 음식이 우리 형제에게 특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창 부모님이 맞벌이 일 때 고등학생인 내가 동생 밥을 챙겨야 했다. 딱히 그것이 어렵거나 짜증 난 건 아니었지만 분명 귀찮기는 했었다. 지금은 그때의 일이 어머니는 내게 고마워하시지만 나는 원래 1인분 요리를 잘못하기 때문에 내 밥을 만들면서 겸사겸사 동생 밥도 같이 차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동생은 메뉴 선택권은 없었으나 내가 차리는 밥상을 받고 학원을 다니며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형 아침에 먹던 그거 해줘 


왜 이름이 '아침에 먹던 그거'인지는 솔직히, 아직도 아침보다 저녁에 더 많이 해준 거 같은데 이렇게 된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동생은 늘 계란볶음밥을 그렇게 불렀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반 정도 섞어서 달아오를 때 즈음 계란 한알을 탁! 그리고 빠르게 노른자를 풀어서 노란빛의 스크램블식으로 계란을 만들어준 후 바로 밥 한 공기를 같이 볶아 주면서 간은 다시다! 오직 이 하나로 끝낸다. 조금 뻑뻑한 감이 있다면 들기름이나 간장을 조금 추가하는 것도 좋다 칼칼한 것 좋아한다면 고춧가루를 넣거나 청양고추를 다져서 같이 볶아도 좋다 어쨌든 내 동생은 그렇게 다시다 맛에 길들였고 초간단하면서 쉬운 이 음식을 그렇게 많이도 먹었다. 특히 잘 익은 김장김치와 함께 먹으면 밥두공기는 뚝딱할 수 있는데 들기름의 고소함이 소박한 이 음식의 풍미를 극대화해준다. 분명 아침에 먹어도 속이 편안한 음식이기에 동생이 명칭을 ' 아침에 먹던 그거'라고 한지도 모르겠다. 


맛의 비밀을 알아채다


사실 내 계란볶음밥은 다시다 맛으로 먹는 것이긴 한데 동생은 꽤 오랜 시간 이 맛의 비밀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지가 한번 해본다고 다시다 넣고 볶았더니 그 맛이 났다며 '형 음식은 다 다시다로 캐리 하는구먼!' 하면서 마술사가 꽁꽁 숨기는 마술의 정체를 밝힌 것처럼 자랑스럽게 나에게 한소리를 했는데 그러면서 내가 동생에게 계란볶음밥을 대접받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 녀석이 뜨거운 것을 극도로 못 만지고 불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란 걸 알기도 하지만(부들부들) 맛의 비밀까지 알게 되었어도 그 후로도 종종 내가 서울에서 자취할 때 방학 때 와서 가끔씩 해준 적이 있는데 늘 맛있게 먹든 맛없게 먹든 내가 주는 건 거부 없이 먹는 나름 기특한 녀석이다. 지금은 보다 좋아하는 치킨을 만들고 있어서 아마 이 계란볶음밥은 점점 추억 속으로 사라질 거 같지만 계란의 고슬고슬함과 고소함 그리고 들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밥알과 계란을 잘 감싸면서 짭조름하면서 감칠맛 최고의 한국 최고 조미료 다시다가 음식 전체에 골고루 짭짤함을 맞춰 김치와 함께 한 숟가락 했을 때 입안 가득 고소함이 밀려온다. 그럴 때면 그 어린 시절의 우리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금도 가끔 '아침에 먹던 그거'가 생각이 나는 건 그때의 맛일까 그때일까 추억과 함께 맛도 숙성되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성숙되어간다.

왼쪽처럼 들기름을 팬에 넣고 식용유를 조금 섞은 후 계란을 탁 꺠서 스크램블식으로 잘볶아준다
남녀노소 누구나 호불호 없을 그맛 아침에 먹어도 속이 편하다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치킨말싸미'라는 순살 닭 요리 전문점에서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 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청년 요식업 창업의 실상을 낱낱이 날것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치킨말싸미'의 소식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블로그 주소를 들어가 주세요 :)

http://blog.naver.com/ghfjvb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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