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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May 09. 2020

오너 셰프 아들의 특별한 어버이날

스페셜 코스요리를 기약하며 

5/8알 어버이날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효도를 할 명분이 생기는 날이다. 그동안 잘못한 게 있거나 속상하게 한 게 있다면 이날 용서를 구하며 가족의 유대감을 더 깊이 다져볼 기회이다. 


사실 그동안 엄마 속을 제법 썩인 터라 본의 아니게 제대로 경제적 독립도 못하고 매번 직장도 금방금방 바꾸고 아마 굉장히 답답하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왼쯕은 하이라이트 감사장 설탕공예로 만들어진 케이크 / 맨 오른쪽은 살치살 소고기타다키 소스까지 수제!


언제나 내 등 뒤엔 어머니가 있어 무모해질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ghfjvb465/81


위 글을 읽으면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충 알 수 있으실 텐데 나는 그동안 1년 넘게 한 곳에서 제대로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는지라 사회 부적응자 낙인이 찍혀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부조리와 불합리한 상황을 참지 못한다 더더욱 인격적인 모독과 모욕을 당하는 수치를 받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직장은 내 마음에서 아웃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입사를 하는 것만큼 퇴사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 나는 좀 별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내가 이런 무모한 일들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은 언제나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설득당해주는(?) 어머니가 있어서 그리고 서포트까지 받을 수 있어서 그럴 수 있었다. 물론 나는 내가 받은 것은 언젠가 배 이상으로 갚아드릴 생각이다. 


나는 생각이 확고해지면 바로 내던지는 스타일이지만 그전까진 치열하게 정말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리는데 그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어머니이다. 늘 내가 큰 고민에 빠질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데 어머니는 항상 응원해주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었다(물론 어머니는 내게 맨날 청산유수인 입에 당한다고 하신다) 


나도 늘 친가던 외가던 내 위로 형, 누나가 없다 보니 장남, 장손, 큰손자로 나름 어른들의 기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수밖에 없어서 몸으로 부딪혀보는 게 버릇처럼 되어있다. 덕분에(?) 나이 때 또래들보다는 성숙하고 경험도 많은 편이라 자부한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장손이니 장남이니 하는 전통적인 책임감 같은 건 최대한 안 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고 덕분에 친가에서 극구 말렸던 일본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올 수 있었다(물론 돈은 다 내 돈으로..)



지금은 비록 사소한 요리 정도지만 


하필 식사를 초대한 날은 지난 목요일 저녁이었는데 수요일에는 그렇게 손님이 없더니 무슨 이유인지 목요일 저녁에 손님이 꽤나 끊이지 않고 들어와서 타이밍 안 좋게 본의 아니게 동생과 어머니는 가게일을 도와주셨다. 대접을 하려고 부른 자리에서 오는 손님을 쫒아 낼 수도 없고 마음이 아팠지만 먹고사니즘에 발이 묶인 터라 별수 있는가 흑흑 


나는 사실 친가보다 외가 쪽에서 늘 도움을 많이 받는데 외할머니와 이모도 이날 불러서 대접하려 했거늘 이모는 따로 약속이 있으셔서 첫 요리와 두 번째 요리만 드시고 가셨고 외할머니는 꽤 오랜 시간 기다리셔야 했다 다리가 안 좋으셔서 오래 앉아있는 것도 힘드셨을 텐데 죄송할 따름이다. 우여곡절 끝에 음식은 다 내드릴 수 있었고 그날 스페셜 요리는 소고기 타다키였는데 아침부터 해동해서 시즈닝 하여 저녁에 미디엄 정도로 굽고 가쓰오부시와 유자 원액 등을 섞어서 차갑게 식힌 수제 유자 폰즈소스도 꽤나 공을 들였다 다소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의 음식이지만, 어머니께서 젊은 날 일본에 있는 친척 언니네서 먹었던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 하여 재현해본 음식이기에 의미는 각별하다. 맛 평가는 다소 그때의 맛과는 차이가 있지만 맛있다고 하셨다(아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맛없다 할 어머니가 세상 어디 있으랴) 냉철한 동생도 큰 까다로움 없이 다 먹은 걸 보니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동생 피셜 그날 최고는 치킨이라고 했지만...


대망의 케이크를 선 보였을 때 그리고 케이크의 쓰여있는 감사장을 읽었을 때 외할머니께서는 눈물을 보이시려 하셨다. 별것 아닌 케이크 하나에 감동을 줄 수 있다니 음식이란 건 단지 맛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내 음식들도 누군가에겐 추억이 될 수 있고 감동이 될 수도 있도록 더 노력을 해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제대로 멋있는 스페셜 코스요리로 가족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또 지금 매장을 스케일 업하여 집안의 기둥이 되고 나아가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 되고 싶다. 


언제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건 결국 가족인 것 같다.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마음이 꺽일 때마다 되새기자.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치킨말싸미'라는 순살 닭 요리 전문점에서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 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청년 요식업 창업의 실상을 낱낱이 날것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치킨말싸미'의 소식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블로그 주소를 들어가 주세요 :)

http://blog.naver.com/ghfjvb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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