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기에 채워갈 것이 많아 그래서 쓰러지지 않는다
이 작은 가게도 나름 가게라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사장님이라고 불린다. 직원은 없기에 손님들이 불러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장이란 타이틀은 늘 내가 부러워하면서 불러보기만 해 봤을 뿐 불림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낯선 것은 확실하다.
사장이 되면서 알게 된 사장님들의 마음
어쩌면 사람은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한 거 같다. 꼰대라는 단어도 분명 이런 마음가짐에서 생긴 것이라 보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이 이셨던 분이 처음 알려준 교칙이자 사자성어는 바로 '역지사지'였다 즉 타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행동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사자성어를 마음에 새기고 삶에 투영시키면 놀랍게도 타인의 상식밖에(사실 그건 스스로 정한 선이다) 일들에 일일이 놀라지 않게 된다. 오히려 그 사람을 이끌어주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주고 싶어 진다. 물론 이걸 배웠다 한들 늘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라 나도 고용주가 아닌 고용자의 입장에서 늘 사장님들의 마음과 입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왜 내 월급은 적은 지 근무시간은 긴 건지 시스템은 왜 이렇게 만든 건지 등등 그러다 지금은 내가 사장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직원은 힘들고 짜증 나면 나가버리지만 사장은 버텨야 한다. 직원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 잘 해내면 되지만 사장은 모든 역할을 다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요식업을 하고 있으니 요식업을 예로 들면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재고 관리, 직원 관리, 재무관리, 세금, 홀 관리, 손님 응대, 서비스, 하다못해 여름에 모기조차도 골머리 썩는 문제 중 하나다. 즉 가게에 관련된 혹은 앞으로 관련될 예측과 예견까지 겸해서 비즈니스를 굴려야 한다. 이것은 비단 큰 회사들 뿐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조차도 사장이면 해야 하는 업인 것이다.
분명 몸은 쉬고 있을 때가 있을지라도 머리는 한순간도 가게일에서 떠나질 못한다. 사람들은 삼성 회장 혹은 애플이나 세계적 기업가들을 부러워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칭송하는데 그 위치에 있다는 것이 어떤 삶일지 나는 감히 상상도 안된다 분명 일반인들은 견딜 수도 없는 지옥 이리라 생각이 된다.
멀쩡한 수전이 갑자기 고장 나기도 하고
가게를 이끌어나가면서 느끼는 생각은 문제는 끊임없이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멀쩡하게 작동하던 수전이 어느 날 물이 새는 적이 있었다. 원인은 찾아냈는데 가뜩이나 매출도 불분명하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돈도 없는 내게 자꾸만 돈 들어갈 일이 생기니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다. 문제는 곧바로 누수 전문가이신 건물주님에게 sos를 요청해 해결되긴 했지만 그래도 3만 원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났다. 지금은 1개뿐인 튀김기에서 2개로 늘려야 하는데 매출이 따라줘야 늘 릴 거 같은데 어찌할지와 신메뉴 개발과 그에 따른 육수 냉장고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늘어나는 날벌레와의 전쟁에서 포충기를 살지 말지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안 나가는 메뉴는 어떻게 정리할지 해야 할지 말지 메뉴판은 또 어떻게 제작할지 등등 문제는 너무나 많다 특히 1인 매장이라서 더더욱 모든 걸 혼자 끌어안고 가야 하기에 쉽지 않다. 다만 아직까진 앞으로 어떻게 해처갈지 생각을 하지 포기하고 싶다 생각은 안 해서 다행이다.
요리만 익숙하지 모든 게 처음이 기이에
지급의 조급함과 초조함 조바심은 분명 훗날 그땐 참 어렸어라며 미래의 내가 웃고 있을게 분명하다. 누가 봐도 초짜 티 팍팍 내며 고객응대를 하고 어설픈 티를 내는 애송이 사장을 그래도 손님들은 사장님이라 불러주며 응원을 해주기도 하니, 그래도 이 작은 가게에 단골고객도 생겨 자주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생겼으니, 길에서 지나가면 손 흔들어 인사해줄 사람이 생겼으니 고작 지금의 힘듬에 고통에 굴복하여 쓰러질 수가 없다. 이젠 이 가게는 나만의 가게가 아니다. 다녀간 손님들의 기억 한 조각이 있고 어쩌면 추억이 생겼을지도 모를 공간이기에 나는 이것을 지켜갈 의무가 있다 쉽사리 내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부족한 것은 채우면 된다. 문제는 부족한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내 삶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치킨말싸미'라는 순살 닭 요리 전문점에서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 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청년 요식업 창업의 실상을 낱낱이 날것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