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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Jun 01. 2020

두 번째 코로나 창업, 찐 한 달 후기

지난 초밥 전문점을 운영한 기간보다 벌써 두 번째 '치킨 말싸미'의 운영기간이 더 길다 어느새 벌써 2달 차를 넘어 3달 차가 되었는데 첫 달은 1일부터 시작을 못하고 중순부터 시작을 하여 제대로 차이를 비교하기가 애매했는데 5월은 제대로 찐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제대로 된 후기를 남길 수 있을 거 같다. 


온갖 악재 속에서 시작


아마 창업을 하면서 이 정도로 악재가 터지고 그런 상황에서 혼자 1인 가게로 운영한다는 건 지금도 참 미친 짓이다 라고 생각을 한다. 좋은 상권도 아니며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고(오히려 빚만 가득함) 장사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내부적인 요인만으로도 이렇게 창업을 해선 안됐지만 코로나라는 세계 최악의 악재와 함께 나름 여기 들어온 이유 중 하나가 대학교를 비롯한 학교들이 많아 학생들의 엄청난 숫자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이 부분이 시작부터 꼬여버렸고 동업 또한 시작 전부터 삐그덕거려 결국은 헤어지고 이 망한 거 같은 가게를 혼자 이끌어보겠다고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면 망하는 길뿐이라 생각이 들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그래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비상책을 여러 가지 마련해주고 지원을 해줬는데 모든 정책대상에서 나는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오늘부터 시작인 코로나 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도 역시나 지원대상에서 제외이다.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건 2월인데 매출이 19년 12월 ~20년 1월 사이 매출이 50만 원 이상인 1인 혹은 5인 미만의 영세자영업자만 대상이다. 나 같은 초초초초초초초영세자영업자는 죽거나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솔직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지원이 없으니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선택은 오직 나 스스로가 시작한 것이고 이 가게의 운명 또한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니 할 일은 오직 하나뿐 겁나 열심히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 


1달이 하루 같았다  


혼자 하다 보니 모든 방면의 온갖 문제와 책임을 끌어안고 헤처 나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 13시간 이상의 일을 하면서도 하루가 너무 짧아 아쉬운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고 매일매일 장사 공부와 숙달과 성장 그리고 고통이었다. 고통 속에서 성장을 한다고 하지만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면 타인이 봤을 때 조울증 환자로 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요동치고 조바심이 났다가 기운이 났다가 나도 내 상태를 잘 모를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손님들에 대한 면역도 없었다. 직장생활도 하고 해외에서도 일해보고 서비스업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정말 너무나도 다양한 손님들의 유형에 늘 임기응변하고 내가 한 태도가 맞는지 서비스를 제대로 해드리는 것인지 확실치가 않았다. 우선 동네에 말이 많은 분들이 많은데 도움이 되는 얘기도 있고 아닌 얘기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 운영하는 가게에서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듣게 되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쉽지는 않다. 매일 한두 가지의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다. 발주시간을 놓친다거나 배달에 리뷰 이벤트 음식을 안 줬거나 손님이 주문한 음식과 다른 음식을 만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물론 자주 있지 않고 계속 개선돼서 지금은 거의 실수가 없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당히 한심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너무너무 빨리 지나가고 벌써 6월인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장사는 어떤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생각만큼은 안됐지만 초밥 할 때보다 잘됐다. 초밥을 접고 동업자와 헤어진 후 혼자 하겠다고 했을 때는 매출 두배는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가득 찼었다. 실상은 초밥 매출만큼 뽑기도 쉽지 않았다. 다만 그것보다 잘되긴 했고 결국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엄청 노력하기도 하고 아직도 매출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번 한 달로 알 수 있던 건 혼자서 할 수 있는 임계점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보다 더 매출이 나와준다 하더라도 혼자 할 여력이 아직 있으며 내가 큰 실수나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 다면 계속 나아지리라 믿고 있다. 결국 장사도 인생도 돈을 좇기보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을 한다면 돈은 알아서 따라와 준다. 계속해서 가슴에 새기자 


'소신껏 살자 소신껏 닭 먹자' <by치킨말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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