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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Jun 04. 2020

좋은 일하고도 호구 소리 듣는다

삭막한 세상이 안타깝다 

며칠 전 노인정에서 왔다면서 노인 세 분이 가래떡을 내밀며 강매를 하려 했다. 우선 첫인상부터 안 좋았는데 가게에 출입문이 두 군데가 있는데 일반 손님들을 한 군데만 사용하게 하였고 한 군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문에도 '옆문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남겼고 블라인드로 반쯤 가려놓았다. 그럼에도 들어오는 손님들이 종종 있는데 이 도움을 원하는 노인 양반들이 그 문을 헤집고 들어오려 했다. 이것이 첫 번째로 기분이 안 좋았다. 두 번째는 우리 가게가 어떤 가게 인지도 모르고 가게 인테리어만 보고 커피 좀 팔면 금방 벌지 않냐는 식으로 얘기를 한 것 이것이 기분 나빴고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인데 인성 부분이다. 자기들은 도움을 받아 마땅한 존재고 너는 사장이면 돈 좀 있을 테니 떡 주는 거 빨리 받고 만원 그까짓 거 내놓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안 산다고 선을 긋고 문을 닫았다. 이런 굵직한 이유들 때문에 좋은 일을 하다가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리고 언젠가 기부금의 90%는 그 단체나 회사가 운영하는데 쓰이는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기부금의 10%만이 진짜 기부로 들어간다는 정보를 접했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기부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실제 기부액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연말에 불우이웃 기금이나 여러 단체들이 길가에서 기부 좀 해주세요라는 식의 운동에 동참한 적이 없다. 그런 식의 기부는 그 사람들을 위한 본질적인 해결도 안 되기도 하다.(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정육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현재 치킨 말싸미에서 쓰는 모든 고기류는 이 사장님을 통해서 납품을 받는데 가게 근처 기도 해서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다양한 얘기들을 나눈다. 한 번은 이 사장님이 불교에서 결혼하면서 기독교로 옮겨갔다고 교회일을 하면서 교회가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아시고 고기 같은 것도 몇 번 기부도 하시면서 나중에 음식점을 차리면 결식아동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나도 괜찮다면 그런 것도 한번 생각해보라는 얘기도 하셨다. 이런 일을 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뭔가 잘못을 하게 됐을 때 죄를 감면받을 수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좋은 일 하는 가게로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깡패들이 이런 점을 이용해 악덕 업을 하면서 기부 같은 것도 많이 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것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안 하는 이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 한편에만 놔두고 있었다. 


나눔의 집에서 찾아왔다


GDP가 6.25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서는 세대가 되려고 하는데 아직도 밥을 해결하지 못하는 결식 인구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나 있나 보다. 그런 사람들을 돕는 단체나 기관도 어느 시대나 있는데 그런 곳에서 오늘 우리 가게에 찾아왔다. 초저녁쯤 손님인 줄 알고 착각한 나눔의 집 앞치마를 입고 떡을 팔러 오신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위에 글에서 한번 노인정 양아치들에게 당한 게 있기에 반감부터 있었으나 너무나 예의 바르고 공손하고 출처와 상품도 기부하기에 아깝지 않은 기준들을 넘어섰기에 솔직히 장사가 안 되는 마당에 만 원짜리 한 장도 아깝지만 정육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그런 마음을 가진 것도 있었고 난생처음 이런 식으로 기부를 해보게 되었다. 나중에 전화를 하여 결식아동들만 리스트를 받아서 한가한 시간대에 무료급식도 해볼까 생각을 한다. 그건 가게를 위한 큰 그림일 수도 그저 자기만족일 수도 있겠지만, 내일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힘든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성공하고 싶고 돈이 많고 싶은 이유도 결국 타인에게 이 세상에 이 우주에 선한 영향력을 뻗어 미래를 희망으로 물들게 하고 싶은 멀고 먼 큰 꿈으로 귀결된다. 지금의 좌우명은 '소신껏 살자'이지만 그전에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불합리한 세상의 시스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인류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꾸는 것) 닿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겠다!' 조금 오그라들고 중2병 같지만 나는 진지하다 꿈 앞에서 한 번도 건성인 모습을 보인적은 없었다. 누군가 그랬다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언제나 도망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도망가고 싶지 않다. 설령 내일 죽더라도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 때문에 지금의 좌우명은 소신껏 살자이다. 이번 기부도 후회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인 것인가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주변 지인들에게 위 얘기를 들려주면 '그걸 왜 만원씩이나 주고 사냐', '호구냐'등의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인다 내 행위에 '좋은 일 했네', '복 받을 거야'등의 좋은 말보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보인 것이 나를 심란하게 했다. 세상이 코로나 같은 큰 악재를 겪으면서 이기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민낯도 드러나고 하면서 점점 이웃들 간의 삭막함이 가득한 것 같다. 최근 서울역 묻지 마 폭행사건도 주변에 사람이 없던 것도 아닌데도 그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고 폭행당한 여성이 자신의 SNS에 그런 원망의 글을 쓰면서 또다시 젠더갈등을 일으켰다. 남녀 성별을 떠나 과연 주변에 누군가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나서서 도와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특히 여성이 당하고 있을 때 남성이 도와주다가 역으로 고소당하고 억울한 경우들이 커뮤니티 등에 만연해있고, 페미니즘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더욱 남성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 물론 나 또한 정말 쉽지 않을 거 같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가 없고 SNS의 발달은 더욱 개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대에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싶다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부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그중 한 사람이 내가 되길 꼭 그런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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