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충성
상가를 임대할 때는 늘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건물주가 아닐까 한다. 하늘 아래 건물주라고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말 그래도 '갓 물주'는 아무래도 임차인에겐 거대한 갑으로 보이기 마련인지라. 아무리 계약을 하고 했어도 장사를 못하게 못살게 구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건물에 무슨 하자가 있거나 해도 나 몰라라 하고 책임을 떠미는 경우도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건물주는 너무 좋으신 분을 만나 이번에 엄청난 혜택을 받게 되었다!
3개월간 임대료 공제!
얼마 전 저녁 장사를 하던 중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바로 받지는 못하고 음식을 만들고 배달을 보내고 나서 틈이 생겨서 휴대폰을 봤는데 건물주님이 보내신 문자였다. 내용은 '코로나 때문에 장사 힘들 테니 12,1,2월 임대료는 안내도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한 달도 아니고 무려 3달이나! 정말이지 눈물이 날정도로 감사함이 밀려왔다. 3차 재확산이 일어나고 생활 속 방역이 무너져가는 요즘 하루에도 천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상황에서 당연히 홀 매출은 작살이 나고 배달은 대기업들의 할인쿠폰 정책으로 개인 음식점은 그 속에서 점점 자리를 잃고 있었다. 몇 달 더 버티면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거라 믿고 있고 내년 2월까지만 버틴다면 어깨에 짐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어 어떻게든 버텨야 하지만 사실 12월은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러던 중 갓 물주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에 한 짐이 조금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던가 분명 나에겐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 분명하다.
위기는 여전하다
위기가 커질수록 선택에 대한 책임과 무게가 커져간다. 아무리 임대료 3달치를 안내도 된다 해도 여전히 이 가게의 존망은 외줄 타기 중이다. 어떻게 헤처 가야 할지 혹은 그냥 놓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인지 가게를 내놓는다 해도 팔릴지 어떨지도 모르고 그 후에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급한불을 끄긴 했지만 음식에 대한 시도는 할 만큼 해본 것 같고 결국은 마케팅 같은데 카드값 낼 도도 없는 내가 여기서 더 마케팅비를 지출해서 다른 판로를 개척하는 건 너무나 리스크가 큰 부분이다. 솔직히 여유자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배달의 민족 깃발을 더 꽂아보고 다른 홍보도 해보고 하겠지만 수중에 있는 돈이 너무나도 부족하다(이래서 창업할 때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해야 한다) 시작부터 잘못 낀 단추 때문에 매달 이렇게 고통받고는 있으나 희망도 있으며 절망도 있다 정말 가게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봐야겠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지만... 답이 없는 답을 찾아 서 희망만은 놓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