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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Jan 01. 2021

누군가에겐 올해 마지막 음식이라서

온 마음을 다해 

지금 막 집에 오니 PM11:59분이었다 역시 2020년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배달도 엄청 밀렸고 우리 가게는 한가했지만 다른 데는 주문을 받아도 배차가 안돼서 적당히 하고 들어갔다는 슬픈 소식(?)도 들었다. 나도 조금 일찍 정리할까 했지만 솔직히 집도 가깝고 마지막 날인데 영업시간은 지켜보자 해서 남았지만 PM10:45분까지 주문이 1도 없었다 그래서 마감을 하려고 어느 정도 정리를 했는데 영업시간 끝나기 10여 분전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1인분 후라이드 하나 솔직히 받을까 말까 5초 정도 멍 때리고 고민한 거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 장사꾼이 아닌 요리사로서 해주기로 했다.


그 한 사람은 올해 마지막 음식이기에 


내가 가게를 오픈하고 싶었던 건 분명 돈을 벌기 위함도 사장이란 직함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저 내 음식을 누군가에게 선보이고 싶은 것 내 요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셰프로써의 명성을 얻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는 셰프라는 울림과 직업이 좋다 사명감도 있고 굉장히 사치스러운 직업이기에 더욱 겸손하고 요리를 할 때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 생각한다. 만약 우리 가게에 배가 고파 밥을 달라는 사람이 온다면 나는 기꺼이 음식을 내줄 것이다. 아직은 돈도 없고 힘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것도 버겁지만 언젠가 내가 더 큰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할 능력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주고 싶다 바로 음식으로 근데 오늘 그런 찬스가 온 것이다.  평소 같으면 안 받았을지 모를 마감 직전 배차시간도 1시간은 예상하고 퇴근시간도 미뤄가며 만들어야 하는 단돈 만원도 안 되는 배달에 나는 수락하여 접수했고 약 50분이 넘어서 배차가 된 순간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바삭바삭 따끈따끈한 치킨을 온 마음을 다해 튀겼다 리뷰 이벤트로 선택한 군마 두도 잊지 않고 맛있게 튀겨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으로 오히려 더 챙겼다 내 마음이 전해졌을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분명 진심은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2021년 1월 1일 나의 시작은 뿌듯함으로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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