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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Jun 18. 2019

아들도 처음이라서 그런가 봐

누구에게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에 

누구에게나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은 성별 그리고 부모님이다. 나의 뿌리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 그들의 DNA는 내가 죽어서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고 바꾸지 못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방사선을 엄쩡쬐어 헐크처럼 돌연변이가 되는 등의 발상은 자제하길 바란다)

그렇게 나는 어느 중산층보다 좀 더 형편이 좋지는 않은 그러면서 나름 어린 시절 큰 불만 없이 자란 누군가의 아들이다. 


어릴 때는 크게 말썽을 피워본 적이 없다. 물론 학원 가기 싫다고 땡땡이를 치거나 방학 때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미친 듯이 하는 폐인 생활로 혼난 적은 있으나 어머니는 늘 나에게 딸은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아들이 최고라고 말해주시는 어머니셨다. 나도 내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딸들보다 더 효도하고 애정이 많은 아들이었던 거 같다. 특히 요리사가 되겠다고 요리학원을 다닐 때부터 집에서 부엌살림도 제법 했고 어머니가 맞벌이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동생이랑 저녁에 둘이 있어야 했을 때는 동생 밥도 내가 챙겨주고 그랬다. 그게 힘들다고 불평한 적도 그게 일처럼 느낀 적도 없으니 어머니께서 만약 그런 것들을 마음에 두고 계신다면 마음의 짐을 덜어내시길 바라본다. 


동생은 나와는 달리 어릴 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머리가 좋은 학생으로 어린 시절엔 나는 부모님에게 동생보다 사랑을 덜 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분명 부모님도 사람인지라 차별 아닌 차별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때문에 동생은 착하고 똑똑한 아들 나는 뚱뚱하고 못난 아들이 될뻔했으나 그래도 집안일을 거들고 동생보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또 장손이었기에 집안에 관한 일들은 적잖이 참석과 일들을 해왔고 그런 면에서 어머니는 늘 나에게 애정보단 미안함이 컸던 거 같다. 


불효자가 되는 건 필수불가결이다


효도에 정의를 내려보자면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 행동과 말들이 부모님의 마음에 고통을 주고 상처를 주었다면 그것이 바로 불효일 거라 비록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에서 여행을 보내드리고 용돈을 드린다 하여도 그것이 부모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효도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행위일 거라 생각한다 그 행위는 이기적이며 잘못된 효도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는 쭉 그런 아들이 되지 않으려 하시는 말씀을 잘 따라왔다. 그러다 불효자가 돼버린 시점이 있다. 내가 내 인생을 나답게 살기 시작하면서 그런 거 같다. 예전에 김수영 작가님이 스타강사 쇼인가에 나와서 한 얘기 중에 한 번쯤은 부모님을 울려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던 거 같다 사실 김미경 원장님인지 헷갈리는데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님은 세상 누구보다 자기 자식을 위하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자식이 행하는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이 등지더라도 끝까지 내편이 돼 줄 순 있지만 모든 걸 이해받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내가 죽도록 하고 싶은 일과 꿈이 부모님의 시선에서는 한심하고 무가치한 일로 비칠 수 있어 싸우고 가출을 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종종 있는 일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까지 극단적이지는 않았으나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는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고,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도 그랬었고 내가 무수히 많은 직장을 때려치울 때마다 혼내셨다. 지금은 꽤 나이도 있고 사회경험도 쌓은 20대 후반이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의 눈에는 한없이 아이 같으리라 이해는 되지만 나 또한 모든 걸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엄마 미안해 나도 아들은 처음이라서 그래


우리 어머니는 생각은 굉장히 깨어난 현모양처시고 자식들에게 모범과 존경이 되는 삶을 살아왔다. 어쩌면 굉장히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여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시고 세무와 회계 자격증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하시면서 언제나 가계에 힘을 보태시고 그리고 남은 시간을 또 살림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시며 인생을 살아오셨다. 그런 노고를 세상이 몰라주더라도 맏아들인 나는 일평생을 지켜봐 왔기에 십 대에는 내가 돈 벌기 시작하면 블랙카드를 만들어드린다고 하고 꼭 세계여행 보내준다고 했는데 20대 후반인 지금 나 밥벌이하나 하기도 빡빡한 게 현실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정말 괜찮은 직장에 들어갔다가 꿈을 위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요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겠다며 선언 후에 퇴사를 해버렸다. 나는 참 불효자다 내 삶의 안정은 곧 나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나아가 조부모님까지도 근심과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인데 나는 오직 내 삶밖에는 챙길 수가 없다. 나는 너무나도 무력하고 이상주의자이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나를 믿어주셨다. 잔소리와 훈계는 하셨지만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결국 내뜻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방향으로 바뀌셨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다. 그건 비단 내 삶의 목표 성취만을 위함이 아닌 내 삶이 온전히 나 하나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 지금도 근거 없는 말이지만 내가 꼭 성공해서 일 안 하고 살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사랑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나도 아들은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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