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요리사의 길

창업을 하면서 느낀 점

by 신지테

요리의 길을 들어서고 어언 10여 년이 지난 거 같다.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고 정말 다시는 안 하려고도 했었는데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와버렸다. 고등학교 때 요리학원을 다니면서도 대학교에서 명장인 분을 만나서도 졸업 후 다양한 주방에서 일을 해봤어도 그 누구도 요리사의 비전에 대해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그저 TV에 나오는 유명 셰프들이나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호텔 주방장들을 보며 환상만을 품었을 뿐...

restaurant-1284351_1920.jpg
모든 요리사들이 가져야 할 생각


진정한 요리사로 셰프로 그 호칭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면 분명 내가 가진 생각이 필수 불가결할 거라 믿는다. 바로 내 요리로 내 가게를 '반드시' 차리겠다는 생각이다. 요리사는 분명 힘든 3D 직업 중에 하나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힘든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많이 도전하는가 보면 이유가 진입장벽이 매우 매우 낮은 직업이다. 솔직히 취업난이라고 난리를 칠 때도 주방 구인구직은 언제나 가득 차 있고 오히려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이다. 분명 유명 셰프들이 TV나 영화 각종 언론에서 좋은 모습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셰프의 꿈을 꾸기도 하지만 실상 제대로 된 요리사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구인중인 음식점들 근무조건을 보면 보통 주 6일에 12시간 정도 근무를 한다. 요즘같이 워라밸을 찾는 사람들에겐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근무조건이다. 그런데 나는 이 근무시간이 왜 그런지 내가 가게를 창업하고 나서 이제야 이해가 간다. 현재 자발적 노워라밸러인 데 주 6일 12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집에 와서도 가게에 대한 생각 음식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가게는 금방 폐업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즉 요리사로서 성공을 하려면 이 직업에 모든 열정과 시간과 청춘을 쏟아부어서 나만의 레시피 나만의 스페셜리티는 가질 정도는 돼야 스스로 자립해서 내 가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파인 다이닝 쪽에 도전하려고 면접을 볼 때 그때 면접관이었던 셰프님이 한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요리사는 요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나는 이 말이 잊히지 않는다. 때문에 요리사들은 그런 힘든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면 어차피 내 가게를 가지게 되더라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내 가게가 아니라서 내모든 열정을 다 바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적어도 그 가게가 왜 인건비를 주고서도 사람을 채용해서 어떻게 가게가 잘되는지 그 모든 노하우를 일하는 동안 다 내 거로 만들어야 한다. 즉 박봉이고 근무조건이 긴 것은 어떻게 보면 교육비를 안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쪽으로 가면 물론 요리로써 크게 배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내 이력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일해본적이 없는 것이다. 수준이 높은 주방에서 진짜 요리가 어떤지 제대로 된 요리사란 셰프란 어떤 모습인지 직접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시대를 잘 타고나서 SNS나 유튜브 등에서 보다 현실적인 모습과 조언을 들을 수 있기에 간접적으로나마 배우고 나도 그렇게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asian-cuisine-1850233_1920.jpg
요리사로서의 비전


그 어떤 직장에서도 아마 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 해지는 않는다 그저 사내에 있는 커리어 패스나 해외근무지 파견 정도의 길을 제시해줄 뿐 그곳에서 어떻게 성장이 되고 어떤 미래를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주지는 않고 그런 비전은 늘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요리 사또 한 마찬가지다 동네 허름한 식당이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던 미슐랭 3 스타던 간에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를 갈고닦고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고 나만의 맛을 찾아 연구하며 그것을 완성하여 증명받는 길은 바로 '내 가게 창업' 이것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10년 차 요리사던 20년 차 요리사던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는 오직 접시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돈을 벌고 요리를 갈고닦고 가게를 운영하는 모든 것들을 모든 노하우를 배울 때까지 버티고 버텨야 한다. 이는 아마 이 직업이 없어질 때까지 쭉 마찬가리라 생각이 든다. 분명 기존 세대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습득할 방법은 발견될 수 있으나 그 기술이 그 맛이 몸에 익히는 건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예전에 TV에서 레이먼킴 셰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 한 마리에서 100g의 고기를 떼도 소는 죽는다 요리사는 그런 생명을 요리하는 것이다 굉장히 숭고하고 고귀한 직업이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맞는 말이다 분명 어떻게 보면 요리사는 이 세상 가장 사치스러운 직업이다 그 수많은 생명이 이어준 에너지를 최대한 맛있게 정성을 담아 다시 새로운 생명에게 이어 주는 것이니 말이다. 해서 나는 요리사를 우습게 알고 우스운 태도로 주방에 임하는 가짜 요리사들을 매우 혐오한다. 식재료를 함부로 하고 위생과 청결은 뒷전이며 음식 또한 요리가 아닌 사료를 만드는 가짜 요리사들! 그래서 현 요리 체계가 불만이다 조리기능사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있으나 이것이 있던 없던 아무나 요리를 할 수 있게 만든 현체제를 그리고 그렇게 개나 소나 가격도 자질도 없는 인성조차 버러지인 인간들이 들어와 주방문화를 더럽히고 요리사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가짜들을!


언젠가 그들을 몰아내고 진정으로 먹는 사람을 위하는 진짜 들로 채워지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성공한 그리고 다른 요리사들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야겠다. 그러기 위해 우선 나는 창업에 도전했고 내가 만든 음식들을 매일 손님들께 평가받는다. 매일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은지 고민하고 어떤 요리를 더 해볼 수 있는지 연구한다.


1세대 스타 셰프인 애드워드 권 씨가 쓴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는 애드워드 권이란 한 요리사가 어떻게 7성급 호텔이라는 곳에 주방장까지 했는지 낱낱이 적혀있다. 가장 배울 점은 바로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와 성장이었다. 받는 월급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식재료들을 사서 맛보고 만들어보고 한 주방에서 배울 것을 다 배우면 새로운 주방으로 들어가 또다시 배움을 가진다. 앵그리 셰프로 유명한 고든 램지 또한 새로운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들어간 주방에서 자신의 커리어가 어떻든 간에 그릇 닦는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이 길은 분명 열정과 체력과 인내심이 없으면 끝까지 이 셰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힘든 직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숭고하고 보람된 일임에도 분명하다. 특히 내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그것이 더 할 것이다. 하여 나는 '카오루'를 창업하기 전에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의 현직 요리사를 비롯해 예비 요리사분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요리사로서 평생의 업을 짊어지겠다 각오를 하였다면 목표를 내 가게 창업이라 잡고 현재 일하는 일하게 될 그 어떤 주방에서든 열정을 다해 모든 노하우를 습득하라! 당장은 내 삶이 없어 보이고 다른 지인들이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질지라도 급여와 근무조건이 불만일지라도 그 모든 고생과 경험이 곧 미래의 자산으로 확실하게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내 어떤 블로그 글이었던가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요리를 접고 다른 길로 가려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새로운 길을 가려던 일을 때려치우고 요리 쪽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는 분이었다 완전 반대의 상황이었는데 왜 요리를 하려고 하는가 물었더니 "요리는 적어도 나중에 내 가게를 꿈꿀 수 있는 비전이 있다"라고 남겼다 다른 직업은 안 그런가 라고 그 당시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가게를 창업하고 나니 그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다양한 주방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요리의 분야를 정하는 것이 좋고 배울 거면 내가 정한 분야의 전문점에서 일해보는 것이 좋다. 자격증을 기준으로 나누면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복어, 베이커리가 있는데 최소 한식이면 한식 양식이면 양식 이렇게 어느 정도 자신의 요리의 틀을 정하고 배우는 것이 좋다. 이유는 요리라는 것 자체가 인류의 역사와 같은데 그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다 습득하기도 어렵고 전문성을 하루라도 빨리 키워서 내 가게를 차리고 싶다면 이러한 전략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리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내게 어떤 요리를 잘하냐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한두 가지는 말할 수 있어야 요리사로서의 격이 생기지 않겠는가

chef-3975835_1920.jpg
나도 아직은 미완성


사실 내가 현직 요리사들이나 예비 요리사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준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민망하다. 그럼에도 꼭 해주고 싶었다 요리사란 직업을 짊어진 자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나는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다양한 요리사들을 만나봤지만 심지어 유명 셰프도 만나봤지만 제대로 요리사란 어떤 것인지 어떠한 비전을 품어야 하는지를... 내 의견또한 하나의 길일 것이다. 이 길이 정답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생각을 가졌을 때 가지게 되는 마음의 자세와 나 스스로가 가지게 될 요리사로서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스스로가 배우고 터득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어느 유명 가게의 레시피를 배울 수도 뛰어난 셰프 밑에서 기술을 연마할 수도 없다 오직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라던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늘 요리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접하고 배우고 직접 해보고 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모자란 점이 많은지 알게 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아는 게 많아지고 깊이가 더 해질수록 보이는 것도 많아지게 되니 나보다 고수인 제야에 널린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때문에 겸손해지고 더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완성의 길로 가는 길이겠다.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카오루'라는 초밥 전문점에서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 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청년 요식업 창업의 실상을 낱낱이 날것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카오루'의 소식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블로그 주소를 들어가 주세요 ㅎㅎ

http://blog.naver.com/ghfjvb465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