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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장사에 대한 고찰

이래서 저래서 그래서 안 나온다

by 신지테

현재 운영 중인 가게는 동네상권에 위치한 아담한 음식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간간히 찾아와 주시기는 하는데 문제는 오늘같이 비가 올 거 같으면 집에서 안 나온다는 것이다. 배달은 그나마 계절과 환경에 영향이 덜하지만 홀 장사는 다르다. 동네 주민들이나 역세권이어도 직장인들 있는 상권이면 주말에는 유동인구수가 줄기 마련이다. 때문에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동네 분위기 유동인구 등 상권분석을 제대로 하고 들어가라는 것인데 나는 우리는 초짜다 보니 나름 분석한다고 분석했지만 실패한 모양이다.


동네상권은 이래서 힘들다


아무래도 주택가는 주민들의 보금자리이기에 아무리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도 집안에서 계속 박혀있지 않는 이상 슬리퍼 신고 마실 차림으로 편의점이나 구멍가게라도 찾아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나는 유동인구는 없어도 단골 만들기는 더 좋은 상권이라 생각했고 또한 슬세권이라고 슬리퍼 신고 다니는 유동거리 상권을 의미하는데 요즘 창업시장에서 슬세권가게들이 뜨다 보니 우리도 혹시라는 어설픈 생각도 있었다. 결과는 생각과 전혀 반대였다. 비가 오면 안 나오고 바람이 불어도 안 나오고 눈이 와도 안 나오고 미세먼지가 날아오면 안 나왔다. 동네는 굳이 꼭 집 밖을 나가야 하는 직장이나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가 아닌 이상!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할 핑계 댈 무언가가 생기면 굳이 집을 나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유동인구 없는 이 시국에 우리같이 동네상권에 자리 잡은 가게는 더더욱 힘들고 그것이 바로 반응이 온다 어제와 오늘의 매출이 매우 다르고 일기예보로 매출의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동네상권에 들어온 가게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다행히도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점점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는다 외식비중이 늘고 맞벌이가 일상인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쩌면 집에서 가장 편하게 슬리퍼를 신고 갔다 올 수 있는 슬세권 가게는 진짜 맛집이 된다면 가격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맛을 가진 가게라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생각의 확신을 가져본다


같은 동네 주민이기에 친근해져라


나는 실제로 가게 근처에 집을 얻어 자취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동네 주민이다. 비록 동업자는 동네 주민은 아니어도 어쨌든 하루 12시간 정도 가게에 있으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동네에서 보내는데 동네 주민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내 생각에는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다 이웃이고 굳이 가게를 안 와도 가게 밖에 있는 길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사이이기에 항상 친근하게 친절하게 서비스를 해야 한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보는 역세권이나 관광지 같은 상권과는 성격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물론 너무 깊은 관계가 돼서 그게 독이 되면 안 된다 하여 내가 적은 단어도 '친근함'이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너무 깊게 들어가 '친밀함'을 가지게 되는 순간 너나 우덜이 하면서 우덜식 운영이 되어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이 가지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대중적이고 가성비 좋은 음식


우리 가게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바로 '돈가스'다 우린 초밥 전문점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동네상권이 가지는 성격이라 생각하는데 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이 아닌 매니아적이고 호불호가 있는 음식은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네에서 오래 운영하는 집들을 보면 거의 한식, 분식, 중식(중국집)이 많다. 한식이야 말하면 입 아프고 분식 같은 경우 분식의 이름답게 여러 개 시켜서 다 함께 나눠먹는 음식이기에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시키고 함께 즐기기에 가격도 부담 없고 맛있기 때문이겠다. 물론 학교가 근처에 있다면 또 그거대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가게 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고 가는 동네 주민들이 이미 힌트를 줬었는데 우리 생각만 고집한 게 화근이겠지... 늘 들었단 말은 '싸고 양 많고 맛있고' 즉 가성비였다. 동네 사람들은 가성비 있는 자주 갈 수 있는 그런 가게를 원했고 초밥 전문점은 그런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업종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나 혼자만의 생각 동업자는 계속 초밥을 고집한다 성격처럼 그래서 지금의 우리 가게처럼 서로에게 안 맞는 것이려나...)


동네에서 오래가는 집들의 공통점을 보면 친근하고 동네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위치해있다 특히 미용실이라던가 구멍가게나 편의점은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음식점이야 집에서 집밥을 해 먹어도 되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인정받기만 한다면 이웃이 이웃을 부르고 이윽고 맛집이 되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동네가게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만큼 다니기 편한 마음 편한 공간이 어야 한다. 언제든 들러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서로 좋은 건 나눠주기도 하고 물론 고객과 사장의 입장이지만 분명 그러한 입장 말고도 많은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식점에서 가장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알 수 있는 '가격'이다 때문에 나는 이 가게의 음식들이 맛이 문제가 아닌 상권과 매칭이 잘못됐다 판단한다.


결국 장사는 해봐야 아는 법!


지금 오픈 초기 자리도 안 잡아서 매출이 저조할 수도 아니면 내 생각대로 업종 문제일 수도 여러 가지가 있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건 아마 매출지표겠다. 때문에 이런 시도 저런 시도 해가면서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해보고 해야 한다. 현재 결국 동업자랑 갈라서서 혼자서 가게를 인수해해보려 한다 무슨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성급하게 이러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나는 내 직감을 믿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는 동업자도 꺽지 못하고 나도 동업자의 생각에 동참할 수 없기에 이러한 결말이 된 거 같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는 손해를 보고 인수하는 것 같고 그 친구도 손해 보며 나간다 생각하니 서로 손해인 것이고 적어도 지금부터는 이제 내뜻대로 내가 원하는 방법과 수단을 다 시도해볼 수 있으니 설령 실패하고 손가락 빨게 생겨도 장사는 해봐야지 아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홀로서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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