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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보다 더 마음에 울리는 말

오너 셰프라서 참 다행이다

by 신지테

가끔씩 소소한 일상에 자주 듣는 단어에 마음이 심금이 울릴 때가 있다. 어째서인지 항상 쉽고 빠르게 상대방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단어인 '사랑해', '좋아해', '고마워'같은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걸까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상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서 이런 단어를 듣게 된다면 그 기쁨은 그 행복은 정말 전신에 전기가 통하면서 마음 한편이 서서히 따뜻함으로 물들어가고 심장이 두근두근하게 되는 그런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도는 상태가 된다.


지금의 치킨 말싸미를 하기 전 초밥집을 할 때 자주 오신 동네 할아버지가 있으시다. 70대에 굉장히 세대차이가 많이 나서 늘 소주를 마시면서 나와 대화하기를 좋아하시는데 나는 묵묵히 들으면서 리액션은 취해준다. 하지만 반이상은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공감이 하나도 안 가서 듣고 있는 것도 참 괴롭다. (무려 1시간 이상을 듣는다..) 물론 그 할아버지 또한 나한테 별별 얘기를 다하긴 하지만 내가 제대로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거 같다. 언젠가는 이 동네에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한탄을 하시고 친구들은 다 자신보다 먼저 떠났다며 인생 무쌍을 느끼시는데 젊은 친구가 동네에 새로 가게를 오픈해서 친절하고 자기 말도 다 잘 들어주고 하니 자주 오신 거 같다.


오늘은 그동안 리뉴얼로 2주 정도 가게를 문 닫았다가 오고 가면서 오픈한 것을 보고 들어오셨다. 오늘도 소주 1병에 간단한 안주인 우리 가게 시그니처 메뉴 1인분 치킨 후라이드를 주문하셨다. 처음에는 소주만 드시고 치킨에 있는 떡만 드셨다. 원래 먹는 양도 별로 안되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셨다 다만 소주만 먹기엔 뭐하고 나름 응원의 의미로 안주도 시키신 것이다. 다만 내가 힘들었던 부분은 또다시 소싯적 얘기와 집안사 등등을 한 시간 넘게 열변하면서 나는 또 마음에도 없는 리액션을 하고 열청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중간에 손님이 오셔서 잠깐 해방될 수 있었지만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손님이 그 후에 또 없어서 다시 청중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뜩이나 매일 13~14시간은 기본으로 일하고 이번 주는 쉬는 날도 없이 일하다 보니 매우 피곤한 상태로 듣기 싫은 할아버지의 과거사를 열청해 야하니 이것도 상당히 피곤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은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할아버지가 어떤 심정으로 우리 가게에 오는지 알기에 건성으로 들을 수도 내칠 수도 없었다.


중간중간에 떡 말고 치킨도 드셨는데 한입 드셔 보시더니 너무 맛있다고 다른 데는 너무 뻣뻣해서 먹는데 별로라고 했는데 우리 꺼 부드러운 바삭함이라 입맛에 맛으셨나보다. 다른 손님이 오셨을 때 일부러 나를 불러 세워 맛있다고 칭찬하셨는데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다른 손님들은 보다 더 내 음식에 신뢰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곤 다시 한참을 말씀하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시는데 사실 이때만 해도 자리에서 돈 꺼내서 거슬러 오라는 태도와 7천 원짜리 치킨 드시고 남은 거 포장까지 요구하시니 짜증이 나긴 했지만 꾹 참았다. 나가실 때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 하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그 할아버님의 말 "어우 내가 더 고맙지 잘 먹었어 치킨 맛있더라!"라는 말씀에 모든 짜증이 확 풀렸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세 치 혀로 잘못 놀려 죽음을 당하기도 타인에게 감사한 진심을 전하는 말로 심금을 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짜증이 날 때 한 번 더 참고 내가 성심성의를 다해 진심을 다하면 분명 상대방도 그것을 알아준 다는걸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너 셰프로써 맛있다보다 더 가슴에 울리는 말 고맙다는 더 아름다운 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루에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을 열심히 잘 살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창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창업하길 참 잘했다 그리고 오너 셰프라서 참 다행이다!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치킨 말싸미'라는 순살 닭 요리 전문점에서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 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청년 요식업 창업의 실상을 낱낱이 날것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치킨 말싸미'의 소식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블로그 주소를 들어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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