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장사를 하는 소감
오늘에서야 드디어 '치킨 말싸미'를 오픈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 월요일을 생각하면 정말 아직도 아찔한데 첫날부터 관공서 직원들의 10명 예약이 들어왔다. 오픈부터 시작이 좋다 생각했으나 준비되지 않은 자는 오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지난주는 오픈날이기도 하고 오전에 간판 달러 간판장이도 오고 생맥주도 오고 손님들이 올 때까지 계속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생이 일을 도와주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릇 쳤는데 우선 밥통에 쌀을 안쳐서 밥을 해놨어야 하는데 약속 시간인 12시까지 30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뒤늦게 알아차렸다. 정말 아찔했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는 순발력으로 해결은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업소용 30인분짜리 밥통은 밥을 짓는데 최소 30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뜸까지 합치면 역부족이었고 서울에 살던 시절 최신형 6인분 밥통이 있었는데 그걸로 쾌속이면 15분 만에 밥이 완성된다. 그래서 밥통에 쌀을 가득 담아 밥을 얼른했는데 문제는 밥통의 용량을 넘는 쌀을 부어서 밥이 제대로 익지를 못했다 더구나 12시가 되니 손님들은 밀렸고 그동안 닭 덮밥 4개 특선과 돈가스 특선 6개를 동시에 조리하고 있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요리는 어떻게든 그동안의 주방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빼었으나 밥이 문제였다. 밥은 좀처럼 익지를 않고 한번 설익은 쌀은 잘 지어진 밥으로 되돌리기가 어려웠다 시간도 촉박했고 동생도 서빙은 처음인 데다 한 번에 10명의 손님을 받자니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었다. 급한 대로 동생에게 햇반을 15개 사오라 했고 밥은 햇반을 덥혀서 나갔다 당연히 음식 맛은 떨어지고 예약된 식당인데도 30분 넘게 음식을 받으니 열이 받을 대로 받아서 다시는 안 올 거 같다. 마지막에 요구르트를 돌리면서 첫날이라 실수도 많고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렸고 그나마 조금의 화는 수그러든 것 같다. 그 후로 단체 예약은 온 적이 없지만 일주일간 많은 변화와 시도 끝에 밥 짓는 것도 마스터하고 현재 메뉴들도 레시피 정량화에 안착한 거 같다.
일주일을 되돌아보며
동생과 가족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가게를 봐주고 피드백도 주면서 많이 발전했지만 매일매일 실수를 안 한적은 없었던 거 같다. 내가 꾸린 내 가게지만 아직은 혼자 하는 것도 익숙지 않고 포장이나 배달도 뭐 한 가지씩 빠트리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계속 개선할 점이 산더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신규 고객님들이나 몇 번씩 찾아주시는 고객님들께 맛있다는 말을 듣고 다음에도 또 온다는 말을 들으면 없던 기운도 생긴다.
사실 쉬지 않고 8일 연장으로 14시간 이상씩 일하다 보니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겠고 몸이 피곤한 건지 각성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늘 오늘 하루는 실수 없이 그리고 빼먹은 거 없이 생각하면서 일하니까 실수는 많이 나아진듯하다.
음식 얘기부터 하자면 치킨은 전체적으로 맛의 퀄리티가 업그레이드되었다. 거의 매일 먹으면서 단점과 경쟁력을 갖추려 더 연구를 거듭하고 고기 받는 사장님께서 디테일한 피드백들을 해주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결과 현재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나만의 치킨을 만들고 있다. 라멘또 한 기존의 탄탄멘 베이스에서 매운 톤코츠 라멘 베이스로 바뀌면서 시원한 맛과 깔끔함이 그리고 한국인에 입에 더 맞는 라멘으로 재탄생되었다. 쫄면도 전보다 식초를 덜 넣고 새콤함을 줄여서 지금은 딱 맞는 정도가 되고 만약 새콤함이 부족한 분들은 테이블마다 식초를 배치해서 그걸 해소하게 하였다. 아직 안주 메뉴에 된장 닭갈비가 안 나갔는데 반드시 손님들이 찾게 해 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완전 강추 메뉴다.
포장과 홀 쪽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설비나 기물들이 이제 크게 손댈 게 없다 보니 많이 편해졌다. 처음에는 테이블 위치와 셀프바 위치도 며칠을 바꿔댔는지... 물론 외야들의 목소기가 커서인 탓인데 나로서는 손님들이 편한 게 제일이기에 그건 내가 판단하기보다 손님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외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 생각이 되어 휘둘리긴 하였으나 결과적으론 내 생각대로 되긴 했다.
온라인 마케팅 쪽도 계속 블로그와 스마트 플레이스 작업을 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올리 생각이고 브런치와 인스타 페이스북까지 오늘 시도를 해서 점점 더 나아지리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지금 이 동네는 학생들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라 개강도 안 하고 학생들 발길이 뚝끊긴이곳에서 그래도 전화 문의가 들어오고 배달도 조금은 늘고 있는 걸 보면 잠재된 소비력이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일주일 아직도 모자란 부분이 많고 해야 할 것도 산더미지만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가게 자리를 잡으려 한다. 고기 대주 시는 사장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음식점에 음식 맛이 괜찮으면 됐지 뭐가 걱정이냐"라고 준비기간 동안 가장 많이 투자한 건 레시피고 맛이었고 그만큼 음식 맛과 퀄리티에 많은 집중을 해서 현재 맛없는 메뉴는 한 개도 없는듯하다. 다만 주방에서의 조리 동선과 효율성이 개선되야할 뿐이지 손님들은 거의 음식을 남김없이 드시고 가신다.
초밥 할 때보다 더 바쁘긴 하지만 혼자서도 둘 일할 때만큼의 매출을 뽑아내고 있으니 내예상이 적중했다고 생각이 들고 점점 더 많이 오시리라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