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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10

고창 선운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산사 여행에서는 대부분 중년의 커플들을 많이 본다. 두 손 꼭 잡고 여유롭게 걷는 모습은 보기에 참 좋다. 가끔은 나처럼 혼자인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남자끼리는 서로 아는 체를 하는 법이 거의 없다. ^^; 여자인 경우 같은 동선의 길을 걷다 보면 먼저 말을 건네거나 길을 묻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어디서 오셨어요?” 이런 질문은 안된다. 어디서 왔는지 알려 주면 "아, 나도 고향이 거긴 데요", "거기 잘 알죠” 이렇게 얘기할 것이 너무 뻔해 보인다. 


오늘 간 곳은 고창의 선운사. 선운산 자연의 계곡을 따라 오르는 멋진 산책길이 있는 곳이다. 계곡의 산책길은 두 갈래 길이다. 오늘 만난 분께 이렇게 말을 건네 본다. “길이 두 갈래니, 사이 안 좋은 부부가 오면 딱이겠어요” 혼잣말처럼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사이가 안 좋으면 이런데 올까?” 


선운사로 가는 길. 이 길에서 실망해서는 안된다.


큰 공터에 자리한 우물. 이렇게 멋있게 만들어 놓았으나 아직은 주변이 아쉽다. 우물 안은  안 보는 것이 좋다.


일주문 현판. 도솔산선운사.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길이 있고, 산책 길이 왼쪽에 따로 있다.


멋스러운 계곡을 가진 산사가 선운사다. 단풍이 없지만 늦가을 정취가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은 이른 봄이다.


초여름, 돗자리 하나 가지고 와서 오후를 보내고 싶은 그런 나무숲.


돌 위에 있는 승탑. 흔한 모습은 아닌 듯하다.


돌이 쌓여 있는 계곡이 아닌 작은 하천 같은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아스팔트 길과 산책로가 만난다.


계곡 중간중간 돌다리가 놓여 있어 정취를 더한다.


이른 봄에도 선운사의 풍경은 아름답다.


선운산은 동백꽃이 아름다운 곳인데, 3월 초인 지금은 동백나무가 한참을 준비하고 있는 즈음이다. 꽃을 준비하는 나무를 보고 대견스러운 마음에 사진 찍었다. 산책길의 풍경은 봄을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인 듯하다. 계곡 물소리가 그렇고, 새소리가 그렇고,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다. 또한 작년 늦가을 채 떨어지지 않고 겨울을 온전히 버텼을 나뭇잎들에도 뭔가 초연한 느낌이 든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이미자의 노래 '동백 아가씨',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백꽃'. 그 동백꽃이 피고 있다. 동백꽃의 꽃말 중에는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도 있다. 동백꽃은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며 지는 것이 아니라 한 송이씩 떨어진다.


선운사의 안내 설명. 난 선운사가 왜 아름다운 우리의 유산인지가 더 궁금하다.


누구의 글씨인지 찾아보진 못했지만 아름다운 글씨다.


기대했던 것보다 큰 사찰. 눈이 많이 오면 누가 다 치울까? 이런 잘못된 상상을 하고 있다.


이런 경사로가 정면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찰의 길은 계단이 많다. 나에게는 너무 아름답고 좋은 계단이지만, 너무 가파르거나 높은 계단은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불편할 따름이다. 그래서 사찰에 오르는 길에는 계단 길과 돌아서 가는 길이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경내에 들어서면 휠체어로 다닐 수 없는 곳이 많다. 전통이 오래되고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는 사찰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경사로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운동장(?) 뒷편에는 진짜(?) 산사가 있다.


그 옛날 문지방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을 지탱하는 역할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도난당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불상. 얼마나 많은 유산이 그 시기에 일본으로 갔을까? 


휘어진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곧은 나무가 없어서 이 나무를 사용하진 않았을 것 같다.


대웅보전 현판.


육층석탑. 사진을 찍는 것에 방해를 받아서가 아니라 전구와 철로 세운 구조물이 보기에 거슬린다.


대웅보전의 기와 아래 모습. 이 부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규모에서 오는, 특이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그림도 눈길을 끈다.


2단으로 쌓은 축대와 돌계단.


한 단의 축대와 계단. 왼쪽 돌축대와 오른쪽이 다르다. 그럴 수 있다. (속으로는 그래서는 안되는데...)


동백나무 숲. 숲으로도 좋겠지만, 자연과 인간이 어울릴 수는 형태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선운사에서 나와 다시 산책로를 걷는다. 도솔암으로 가는 산책로 길을 걷는다. 도솔암까지 계속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는 계곡 풍경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 다르다.


차 밭이 있는데 특이한 모양의 집이 보인다.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컨테이너 박스 같은 왼쪽 물건(?)만 없었다면 문화재로 착각할 뻔했다.


오르다 보면 이렇게 큰 물이 흐른다. 그동안의 산사 계곡과는 다르다.


운치 있는 돌다리. 이 다리를 건너 양쪽 길을 오갈 수 있다.


산책길에 만난 앙증맞은 장승이 너무도 귀엽다. 이 투박한 장승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운사를 기억하게 하는 감동을 준 것에 감사를 하고 싶다. 


정승 가족이시군요. 행복해 보이시네요. 해피 스마일~


산책길은 오르다 보면 이렇게 작은 길이 된다.


선운사 사찰은 오래된 듯한 불당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큰 운동장 같은 경내가 너무도 낯설다. 대신 한참을 올라가면 도솔암이란  암자가 있고, 그곳 암벽에 새겨진 거대한 부처님상(여래상)은 장대하기 그지없다. 그 표정 또한 온화한 모습이 아닌 엄숙하고, 무엇인가 꾸짖는 듯하다. 여래상 윗부분에 부러진 나무가 박혀 있는데 그 암벽에 무엇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도솔암 마애불. 고려시대 작품이다. 가슴 아래 네모난 구멍에 관한 전설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참고)


도솔암 내부에는 신비한 모습의 불상(내원궁 지정보살좌상)이 있는데, 불교신자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인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소원을 빌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입구에서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던 그녀가 얘기를 건넨다. “절을 드리고 싶은데 현금이 없네요. 얼마라도 빌려 줄래요?” 지갑에서 돈을 내어 주며 속으로 얘기했다. '내 돈이니 내 소원도 대신 빌어주면 좋겠는데..' 


도솔암 장사송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600살로 추정되는 소나무이다. 이 산 어딘가에 오른쪽 반 쪽이 있을 것 같다.


내려오는 길도 계속해서 시선을 빼앗는 계곡


인위적인 길이 들어섰으나 계곡이 있어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두 시간의 긴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입구에 '들어가는 길, 나가시는 길’ 안내 표지가 있다. 존댓말을 하려면 다 똑같이 쓰지 생각하면서 반대편 들어오는 입구의 안내 표지를 봤는데 ‘들어가시는 길, 나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들어갈 때도 들어가시는 것이고, 나갈 때도 나가시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들어가는 사람,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안내 표지를 보는 사람을 배려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오늘 선운사를 함께 했던 그녀는 우연히 처음 만난 관계는 아니지만 무촌(?) 관계라는 와이프다. 열흘 가까이 사찰을 찾아다니는 남편이 혹시나 출가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나 오늘 광주로 와서 함께 하루를 보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산사 순례 끝나면 기념으로 삭발이라도 할까?” 돌아오는 답은 “좋은 시간 보내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살이나 빼지 그래? 사찰을 다니며 많이 걷는다고 하면서 뭔가 수상하네?" ‘멧돼지 잡아먹고 다녀서 그래’라는 실없는 대답을 할 뻔했다. 



p.s 선운산 풍천 장어는 내가 먹어본 장어 중에 최고였다. 그동안 최고로 여겼던 사는 동네인 백운호수 장어집은 당분간 가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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