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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3

경주 양동 마을, 석굴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셋째 날, 찾은 곳은 경주 양동 민속마을과 석굴암. 


양동 마을은 2010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민속마을로 현재 150가구, 300명이 살고 계신다고 한다.  


생각보다 마을이 크다. 천천히 걷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


양동마을 입구에서 보이는 마을 전경. 보이는 전경은 극히 일부다.


운 좋게 마을 해설사 어르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맞아서 여러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마을의 역사, 현재 상황들을 들으면서 여기 민속 마을의 노령화 문제와 국가가 세금으로 관리해주는 대신 개인의 사유재산 행사와 관리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에겐 관광지로서의 민속마을은 그 자체를 잘 보존만 하면 되고, 하회마을처럼 더 보고 싶은데 개방하지 않아서 아쉬움만 있었던 기억이었다. 하지만, 정작 몇 년 후에는 민속마을이 민속마을 박물관이 되고 실제 사는 사람은 없는 그런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성읍 민속마을처럼 하회마을이, 이곳이 외지 사람들의 상권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해설사 어르신은 사람들이 옛 것을 지키며 살고 지내는 가치로 인정을 받아 현재까지 왔는데 앞으로는 누가 여기 남아 있겠냐고 하셨다. 


입구에서 보이는 가옥에 들리면 마을 길로 이어진다.


미세먼지 탓에 마을 앞 전경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 곳이 지리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들린 곳은 관가정이라는 가옥. 


관가정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은 본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양동 마을이 하회마을보다 좋은 점은 개방되어 있는 가옥이 많다는 것이다. 전통 한옥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마을 전경이 보인다. 초가집의 초가도 매년 보수를 한다고 한다.


마을에서 제일 큰 저택 중 하나다.


전형적인 한옥. 난간은 손 대면 금방 부서질 듯 낡아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대로 있을 것이다.


담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고목들이 집과 어울려 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우리 전통 한옥집에는 한두 그루 나무가 있거나 거의 없고 정원의 개념은 없는 듯하다. 대신 집 뒤로는 작은 산, 언덕이 있어서 많은 나무들이 있다


아주 어릴 적 기억나는 시골 할아버지 댁 마을 모습을 떠올린다.


마을 서당이었다고 한다.


한옥의 기둥에는 지나간 세월이 온전히 남아있다.


집은 땅 위에, 주춧돌 위에, 기둥 나무를 토대로 지어진다. 집을 받치고 있는 다양한 주춧돌과 그 형태를 보게 된다.


이 돌과 나무가 수백 년을 가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다.


대부분의 집에 실제 마을 주민들이 살고 계신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신다고 한다.


한두 시간의 여유로운 산책 코스로도 이곳은 멋진 곳이다.


시골에 가면 아직도 마을마다 큰 나무가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나무들이 있다는 것이 늘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복도 같은 개념의 집 구조이다. 한옥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여기에 와서 알게 된다.


이른 봄 피고 있는 매화가 반갑다.


매화 안녕? 너 덕분에 봄이 오고 있음을 나는 알게 된단다. 고마워요.


마을은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양동 마을은 온 동네를 다 돌고 나니 만보도 걷고, 적당한 오르막 길도 좋았다. 이르게 핀 매화꽃이 반가웠고, 대부분 집들이 대문이 열려 있거나 문조차 없어서 좋았다.


관광 시즌에 이곳이 사람들로 인해 시끄럽고 번잡한 곳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미리 예약을 통해서 정해진 인원의 사람들이 방문하면 어떨까? 그리고 이곳은 아직까지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상업시설이 많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추운 2월 중순임에도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좀 더 편하게 머물다 가기보다는 바삐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동 마을 다음으로 들린 석굴암. 일주문으로 가는 길도 공사 중, 석굴암이 있는 건물도 공사 중. 더 나아지는, 더 오래 가치와 감동을 보존하는 공사나 수리여야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더 많이 다니고, 자주 들려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석굴암으로 가는 일주문


양양 낙산사의 길과 함께 아름다운 길 중의 한 곳. 매번 올 때마다 좋은 곳이다.


양양 낙산사에 있는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길을 걷고 있으나 내 길이 어느 길인지 묻고 싶어 지는 그런 길이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석굴암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적 가치도 그렇지만 예술적 가치를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옆 축대 공사 중이다. 석굴암 불상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단순한 석불이 아닌 바위와 사찰 내부가 하나가 되어 불상을 모신 곳이다.


흔적만 있는 석등 받침돌. 아무런 설명 없이 팽개쳐 있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


아무렇게나 쌓은 듯한 하지만 천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돌이 아닐까?


좌측이 석굴암. 무엇인가 안타깝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가치를 더해줄 경관 만들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예전에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석굴암의 가치를 보존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주 힐튼 호텔 주변에는 멋진 산책길이 있다.


멋진 야경이 있는 보문관광단지, 보문호.


이 산책길은 보문호수 주위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걷는다. 오늘은 산사를 걷고, 내일은 나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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