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행작가로서 나를 그리다

해파랑길 10코스 ▏멋진 나

by 헨리황

정자항 → 강동화암주상절리 → 관성해변 → 읍천항벽화마을 → 나아해변 (해파랑길 10코스, 13.0km)


해파랑길 10코스는 새벽녘,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해파랑길 10코스의 시작점인 정자항에 발을 내디뎠다. 싸늘한 새벽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도시의 소음 대신 파도 소리만이 고요를 깨트리는 시간이다. 가로등 불빛이 길을 밝혀주어 안심하고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강동 중앙공원을 지나는 길, 새벽의 장막에 가려 강동 주상절리의 웅장한 모습은 미처 눈에 담을 수 없었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신명교를 건넜다. 밤이지만 길을 밝히는 가로등 덕분에 한층 편안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경방파제를 지나 왼쪽으로 도로와 합류하며 걷는 길, 멀리 동해의 푸른 물결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성 솔밭 해변에 도착했을 때, 동쪽 하늘에는 여명이 비치기 시작했다. 검푸른 바다 위로 서서히 번져가는 붉은빛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했다.


관성 솔밭 해변을 뒤로하고 수렴항을 지났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바다는 더욱 선명한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만난 ‘월성해안 침투공비 점멸 공적비’는 잠시 멈춰 서서 역사의 흔적을 되새기게 했다. 이윽고 하서해안공원에 도착했을 때, 아침은 완연하게 밝아와 주변의 모든 풍경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다시 걷는 길,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드디어 울포진리항 사랑해 주상절리에 도착했다. 이곳 강동화암 주상절리는 약 2천만 년 전, 현무암 용암이 냉각되면서 형성된 자연의 경이로운 작품이다. 다른 주상절리들이 대부분 수직으로 발달하는 반면, 이곳은 수평, 수직, 경사 방향 등 다양한 형태로 발달하여 그 독특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계단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용암 주상절리답게 그 위용은 대단했다. 특히 꽃무늬 횡단면을 가진 강동화암 주상절리는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파도소리길 주상절리 전망대에 서니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 전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밤에는 야간 경관조명으로 더욱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하여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주상절리는 그 형태 또한 다양했다.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마치 거대한 자연 조각상이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듯했고, 위로 솟는 주상절리는 힘찬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는 그 섬세하고 규칙적인 모양이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주상절리의 장관을 뒤로하고 출렁다리를 건너 읍천항에 도착했다. 읍천항은 작지만 정겹고 아기자기한 어항이었다.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평화로웠고, 항구 특유의 비릿한 바다 내음마저 정겹게 느껴졌다.


읍천항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읍천항 벽화마을이었다. 마을의 담벼락을 따라 그려진 다채로운 벽화들은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벽화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은 마을에 예술의 옷을 입힌 듯, 벽화들은 마을에 생동감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특히 1주일에 한 번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은 잊고 지낸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벽화마을을 걷는 동안,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읍천항의 정겨움을 뒤로하고 해파랑길 10코스의 마지막 목적지인 나아해변으로 향했다. 발아래 느껴지는 모래의 독특한 질감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하얀 등대와 잔잔한 파도가 어우러져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을 자아냈다. 이곳에 도착하니 새벽부터 걷기 시작한 발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아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길을 되새겼다. 싸늘한 새벽 공기 속에서 시작된 발걸음, 어둠 속에 가려졌던 주상절리의 아쉬움, 그리고 아침 햇살과 함께 마주한 자연의 위대함, 정겨운 어항과 예술의 조화로운 풍경까지. 해파랑길 10코스는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 자연과 문화, 그리고 나 자신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상절리 바닷가에서 여행 작가로서의 나를 그리다


고요한 바다를 곁에 두고 주상절리 해안을 걷는다. 오랜 시간 거친 파도와 바람을 견뎌내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주상절리, 이곳은 수천만 년 전 격렬했던 화산 활동의 흔적이자, 긴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위대한 작품이다. 겹겹이 쌓인 주상절리를 바라보며, 문득 50대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에 잠긴다.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스쳐 지금의 형상을 이룬 주상절리처럼, 내 삶 또한 수많은 경험과 시간을 통해 단단하게 다듬어졌을 터이다.


50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 할까? 이곳 주상절리처럼 견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빚어지기 위해서는, 분명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성장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과 열정, 그리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더해져야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나는 미래의 멋진 나를 찾아야 한다. 어떤 모습이 멋진 나일까? 어쩌면 주상절리처럼 굳건하게 내 길을 걸으며,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세상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때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나가며, 결국에는 훌륭하게 자리 잡은 나를 만드는 것, 그것이 50대에 내가 이뤄야 할 목표다.


오늘, 이 주상절리 바닷가에서 여행 작가로서의 멋진 나를 꿈꾼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삶이다. 글을 쓰는 것을 넘어, 나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굳게 마음먹는다. 파도가 주상절리를 깎아내듯, 나 또한 자신을 다듬고 채찍질하며 멋진 50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 바닷가의 풍경처럼, 나의 50대 또한 깊이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10코스 누워있는 주상절리.jpg 누워있는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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