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ma
AI 응용 디자인 도구가 되다.
2025년을 보내며 Figma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설계 도구를 넘어 인공지능이 설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은 지능형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는 지난 Config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던 Figma AI와 이를 더욱 발전시킨 Figma Make가 자리하고 있다. Figma는 과거 디자이너가 픽셀 하나하나를 수동으로 조정하던 시대를 지나, 사용자의 의도(Intent)를 이해하고 이를 시각적 결과물로 즉각 변환하는 '의도 중심의 프로토타이핑' 환경을 구축했다.
Figma AI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디자인 생성 기능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도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고해상도 UI 목업을 수초 만에 생성해낸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건축가를 위한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와 같은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와이어프레임과 레이아웃, 그리고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이는 초보자가 시작하는 '빈 캔버스'의 공포를 없애주는 동시에 전문 디자이너가 반복적인 정렬 작업에 소요하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또한 실시간 콘텐츠 인식 편집 기능은 디자인의 맥락을 스스로 이해한다. 사용자가 특정 버튼의 텍스트를 수정하면 AI는 그 의미를 파악해 "무료 체험"이나 "계정 생성"과 같은 더 적절한 레이블 옵션을 제안하며, 텍스트 길이에 따라 버튼의 패딩과 주변 요소들과의 간격을 동적으로 조정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유지한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디자인 작업의 인지적 부하를 줄여주며, 디자이너가 더 고차원적인 사용자 경험의 서사와 비즈니스 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더 나아가 2026년의 Figma 로드맵은 팀 기반의 AI 학습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AI는 특정 팀이 선호하는 디자인 패턴과 색상 조합, 컴포넌트 활용 방식 등을 학습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에 이를 자동으로 적용한다. 또한 AI가 사용자의 행동을 시뮬레이션하여 실제 제품 출시 전에 프로토타입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라이브 사용자 테스트 시뮬레이션 기능은 제품 개발 주기를 극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Figma를 단순한 도구에서 함께 사고하고 개선하는 '디자인 파트너'의 위상으로 격상시켰다.
Figma, UI 디자인을 넘어
범용 디자인 도구로 발전하다
Figma는 전문적인 디지털 제품 디자인 영역을 넘어 제품 개발의 전체 생애주기와 비즈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범용 디자인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Figma Sites, Figma Slides, FigJam 등 다양한 제품군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이제 Figma는 디자이너만이 아닌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심지어 경영진까지도 아이디어를 실체화하기 위해 접속하는 '가상 작업실'이 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확장은 웹사이트 빌더인 Figma Sites의 등장이다. 2026년 정식 출시된 Figma Sites는 디자인 캔버스에서 설계한 내용을 별도의 코딩 과정 없이 즉시 실시간 웹사이트로 배포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는 Figma에서 사용하던 오토 레이아웃과 컴포넌트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패럴랙스 스크롤링, 호버 효과, 마키 애니메이션 등 고도화된 웹 인터랙션을 코드 한 줄 없이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코드 레이어' 기능은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React나 Tailwind CSS 코드로 변환하여 개발자와의 협업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프레젠테이션 도구인 Figma Slides 역시 범용 디자인 도구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정적인 슬라이드 도구들과 달리 Figma Slides는 실제 디자인 파일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프로토타입을 슬라이드 내에 직접 임베딩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다. 또한 AI는 FigJam에서 진행된 브레인스토밍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용 슬라이드 덱으로 즉시 변환해주며, 이는 기획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특히 'Code Connect' 기능은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었다. 디자이너가 Figma에서 컴포넌트를 수정하면 연결된 실제 제품 코드에도 실시간으로 반영되거나, 개발자가 Dev Mode에서 컴포넌트를 검사할 때 단순한 CSS가 아닌 실제 저장소에 있는 React나 Swift 코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거 '핸드오프(Handoff)'라고 불리던 단절된 과정을 '연속적인 동기화' 과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통합은 디자인 시스템이 단순한 정적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제품과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으로서의 제품(System-as-Product)'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Figma의 철학
Design is everyone’s business
(디자인은 모두의 비즈니스)
Figma가 제창한 "Design is everyone’s business"라는 철학은 2026년 AI 시대를 관통하는 비즈니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이 선언은 디자인이 특정 부서의 전문 기술이나 심미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의 성공과 비즈니스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공용 언어임을 뜻한다. 딜런 필드 CEO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의 중심이 된 세상에서 디자인이야말로 승패를 가르는 차별화 지점이며, 따라서 조직 구성원 모두가 디자인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철학의 배경에는 AI가 디자인의 진입 장벽을 낮춘 '민주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복잡한 툴 사용법을 익혀야만 가능했던 시각화 작업이 이제는 AI를 통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가능해지면서, 비즈니스 기획자나 마케터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마케팅 팀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하고, 제품 관리자는 초기 기능 프로토타입을 스스로 제작하며, 경영진은 전략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이들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팀 간의 정렬을 가속화한다.
하지만 이 철학은 단순한 도구의 보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비즈니스 가치와 직결된다는 전략적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자신의 작업이 매출액, 사용자 유지율, ROI(투자 대비 수익) 등의 비즈니스 지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반대로 비즈니스 직군 역시 디자인적 완성도가 제품의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이해하고 디자인 시스템 유지와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결국 이 철학이 지향하는 미래는 직군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역할의 융합'이다.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로직과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는 기획자가 되어야 하고, 개발자는 사용자 경험의 결을 이해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Figma는 이러한 융합이 일어나는 중심 플랫폼으로서,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의 거리를 제로로 만드는 '창의적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AI시대에 디자이너가
알아두어야 할 변화들
AI가 보편화되고 모든 사람이 수준급의 디자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2026년, 전문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에게 요구되는 생존 전략은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탁월함'으로 회귀하고 있다. AI는 수많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여 가장 평균적이고 안전한 결과물을 내놓는 데 능숙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창성과 감성적인 연결은 여전히 인간 창작자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실행가'에서 '큐레이터 및 편집자'로의 변화이다. 이제 디자이너의 가치는 버튼을 예쁘게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브랜드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하나를 선택하고 정제하는 '취향(Taste)'과 '감식안'에서 나온다. AI가 제공하는 '평균적인 미학'을 넘어설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심미적 기준을 가진 창작자만이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
두 번째는 '디자인 시스템의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2026년의 디자인은 단일 화면의 완성이 아니라 복잡한 변수와 로직이 얽힌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되었다. 피그마 변수(Variables)를 활용해 다크 모드, 다국어 대응, 멀티 브랜드 전략을 논리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실제 생산 코드와 연동하는 설계 능력은 AI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능력이 디자이너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세 번째로 한국 시장과 같은 역동적인 환경에서 보여주는 빠른 적응력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글로벌 기업들보다도 훨씬 빠르게 AI 기능을 실무에 도입하여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빠른 학습 곡선과 지식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문화는 AI라는 거대 파도 속에서 개인 창작자가 고립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토양을 제공한다.
네 번째는 '비즈니스 언어의 체득'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의 디자인 결정이 사용자의 고충을 어떻게 해결하고 비즈니스 지표를 어떻게 개선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시안 사이에서 비즈니스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전략적 사고는 디자이너를 단순한 기술자에서 조직의 핵심 의사결정자로 격상시킨다.
마지막으로 2026년의 심미적 경향인 '반(反) AI 미학'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AI가 만들어내는 매끄럽고 완벽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인 느낌에 지친 사용자들은 질감, 마찰, 불완전함, 향수 등을 담은 인간적인 디자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8비트 픽셀 아트, 의도적인 노이즈, 손글씨 느낌의 브러시 등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테크-오가닉' 스타일은 AI 시대에 인간이 가진 고유한 온기를 표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결국 2026년의 Figma 전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구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AI는 누구보다 빠르지만, 그 도구를 손에 쥐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는 오직 인간의 몫이라는 점이다. 디자인이 모두의 비즈니스가 된 이 시대에 나만의 디자인으로 살아남는 길은,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방향타를 굳건히 잡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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