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모전 준비 - 서류 심사
1년 전 단편영화 아이디어로 적어둔 메모를 다시 들춰보게 한 그 게시물은 강원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 사업을 홍보하는 게시물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강원영상인 발굴지원 사업으로 장편과 단편 부문으로 지원작을 뽑아 일정한 금액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찾아보니 매년 이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 완성된 걸로 봐서는 나름 내실있는 공모 같아 보였다. 여기에 "역량있는 강원 영상인을 육성"한다는 공모 목적과 지원 자격에서 영상 관련 학력이나 작업 경력을 따지지 않아 나도 지원을 해볼 수는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원을 할까, 하지 말까.
그럼에도 나름 고민은 들었으니 지원 시 작성해야 할 서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나 겨우 쓸 만한 수준의 내가 제작 일정과 예산을 포함한 제작계획서를 어떻게 쓴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데까지만이라도 해보잔 생각이 들었으니, 1년 전에 적어둔 이 이야기를 일단은 시나리오의 형태로 완성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는 애초의 아이디어에서 적절히 분량을 늘리려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은 내가 어릴 적부터 살아왔던 동네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해결했다. 구체적인 배경이 갖춰지니 인물의 환경이 그려지고, 그 환경 속에서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는다는 주인공의 욕망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찾게 되었다. 다만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주변 인물은 기능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 주변 인물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 부분을 고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좀 더 섬세하게 그려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당장의 시간이 부족해 이 부분은 나중에 시나리오 수정을 거치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다.
시나리오 1고를 끝낸 뒤 제작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 경험이 전혀 없던 나였기에 예산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헤맬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 완성에서 만족하고 그냥 여기서 관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기왕에 시간 들여 쓴 시나리오이니 지원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제작계획서 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했다. 되든 안 되든 지원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읽었던 영화 제작과 관련된 책과 논문이 제작계획서를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모르문디 영화 총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단편 영화 제작 가이드]는 얇은 분량에 필요한 내용을 다 다룬 덕에 영화 제작의 전체 과정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중앙대 첨단예술대학원 졸업생들이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영화 제작보고서는 예산 수립은 물론 영화 제작 실무에 좋은 참고가 되었다. 그 가운데 문소리 배우 겸 감독님의 [단편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제작보고서 : 연출을 중심으로]나 이진근 촬영감독님의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제작보고서 : 촬영을 중심으로]이 기억에 남는다. 이 논문들 덕에 전체 예산 규모와 운용, 장비와 관련한 사항 등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할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한 편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었기에 나 또한 전체 예산을 1,000만원에 맞춰 세웠다. 어차피 지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 금액으로 지원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일이 다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1,000만원 보다 더 큰 금액을 불렀어야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나는 준비한 서류 파일을 번호순으로 정리해 지원 메일을 보냈다. 1단계 서류 심사, 2단계 면접 심사, 그리고 최종 발표. 내 시나리오는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까. 나는 천천히 그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