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펌 해주는 남편

그런 남자를 둔 나는 행운의 여자다

by 효지늴기


여자라면 어제보다 오늘 더 예뻐지고 싶은 법.



나에게 있어서 미의 척도 중 하나는 바로 힘 있게 잘 말려 올라간 속눈썹이라고 말하고 싶다. 며칠 뒤에 사무실 직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모처럼 속눈썹 펌을 받으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집에서도 속눈썹 펌을 할 수 있다는 동료의 말이 떠올라서 쿠팡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셀프 키트를 주문했던 것이다.


신랑은 사용설명서를 매우 진지하게 읽어보더니 소파에 누워보라며 설명서에 적힌 그대로 단계적으로 척척 순서를 밟아나갔다.


금요일 늦은 밤, 누워서 홈메이드 시술을 받던 나는 결국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깜빡 잠에 들어버렸다. 어쩌면 섬세하고 편안한 신랑의 손재주에 결과물을 마음껏 맡길 만큼 안도감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 채 다시 스르르 눈을 떴을 때 시술해 주신 우리 집 원장님(=신랑)은 속눈썹 펌이 이미 완성 됐으니 눈 떠서 거울을 좀 보라며 나를 톡톡 깨우고 있었다. 금요일이라 그도 피곤했을 텐데 잠 오는 실눈으로, 곤히 잠자고 있는 내 눈썹을 말아 올려 주느라 분명 고달팠을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나를 잠시 얄미워했을 법도 할 테지만 끝까지 정성을 쏟아부어줘서 감동이 밀려왔다. 분명 눈을 반쯤 뜨고서 흰 동자가 보이도록 자는 내 모습이 영 맘에 안 들었을 텐데 군 소리 안 하고서…………..


그나저나 이 키트의 1회 효과는 한 달 정도 간다고 한다. 그러니 매 달 필수로 그의 손길이 필요한 셈인데 “미리 잘 부탁해 여보. 여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깜-빡 쥑이게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는 나는 이 시대, 행운의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