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된 아이, 어른들은 내 편이 아니었다

너무 쉽게 가해자가 되었던 가장 추웠던 교실과 운동장의 기록

by 선셋

Chapter 2: 따돌림과 관계의 트라우마 (1)




사람을 잘 믿는 편이었다. 그냥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게 좋은거라고 믿었다.

나는 실제로도 어렸고, 세상이 동화처럼 보였던 영혼이었다.


한 친구가 있었다. 늘 나를 따라다녔고, 내가 하는 걸 그대로 베꼈다.


그 친구는 뒤에서 내 이야기를 막 지어내서 소문처럼 퍼뜨리고 다녔다.

진짜 내가 한 말도 아니고, 그냥 자기가 각색해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악의였을까? 장난이었을까? 나한텐 그냥, 너무 어이없고도 슬픈 첫 상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족 여행을 갔던 날.

그 아이랑 그 무리 애들이 전화를 했다.

“너 친구 없어서 가족이랑 여행 가는 거지? ㅋㅋ 진짜 웃긴다”

그 말 듣고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그 이후로 그 무리랑은 거리를 뒀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후, 1년이 지나고..

또 다른 친구와도 일이 터졌다.




아침 등교 시간 맞춰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 ~시에 맞나는 거 맞지? 내가 착각했나? 답 좀 해줘~"

그 친구는 단답으로 “ㅇㅇ” 하나뿐이었다.

그 전부터 계속 날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쌓여서 나도 결국 폭발했다.



감정은 항상 쌓이기만 했고, 그걸 표현하는 건 댓가가 따른다는 건 그땐 잘 몰랐다.

“너 진짜 재수없다. 왜 이렇게 항상 단답이야. 내가 만만해?”

근데 그 친구가 그 메시지를 다 저장해뒀다가, 공격적인 어투만 골라 인쇄해서 담임선생님께 갖다줬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됐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옆반 선생님이었고,

당연한 예상 결과겠지만, 우리 반 담임은 그 인쇄물만 믿었다.

아무 질문도 없이. 전후 상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우리 부모님에게도 단 하나도 알리지 않은채

나는, “가해자”가 됐다.


그 때 나는 11세였다.



말로는 4자 대면이라더니, 딱 봐도 3:1이었다.

나 빼고는 모두 그 친구와 미리 나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나누었던 담임 선생 편.

아무리 말을 해도, 내 얘기는 들어주지 않았다.

나를 쏘아보던 눈초리.

갑자기 변해버린 그 3명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날, 모두 하교한 운동장에 혼자 미끄럼틀 위에 앉아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강제로 반성문을 썼다.



그 운동장의 노을, 아무도 없는 그 오후 해질녘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이후로 선생님은 내 책상만 빼서 칠판 앞에 따로 앉혀놨다. 3주 내내.

스물 몇명의 학급 학우 중에서 나만 벽을 보는 구조.

아이들한테는 “이 친구는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애니까, 당분간 말도 걸지 마.” 라고

큰 TV에 글을 적어 띄워놨었다는 걸 대학 진학 전에 듣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양치하던 친했던 친구들도 내가 들어가면 힐끔 쳐다보고 피식 웃고,

나는 그대로 조용히 칸에 들어가서 들키지 않게, 소리 없이 울었다.



그땐 엄마에게 말도 못했다. 그 전의 사건도 말하지 못했는데, 이건 더더욱 말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나 혼자 다 꾹 참고 있었던 거다. 그게 맞는 줄 알고. 아니, 내가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내성적인 몇몇 친구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줬다.

그게 나한테 얼마나 큰 숨통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와 트러블이 생겼던 그 중심 인물이 이전에 소개해준 어떤 한 친구.

14년지기 그 친구는, 지금까지도 내 곁에 있다.

서로의 결혼식에서 축사할 약속까지 한, 진짜 ‘선물 같은’ 친구다.



이 이야기는 내가 꾸며낸 게 아니다. 100% 진짜, 그때 내가 겪은 그대로의 이야기다.



이 얘기를 쓰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이 글을 보게 될 누군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혹은 지금 겪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당신은 잘못이 없어요. 힘의 차이로 당신을 짓밟았던 그 사람들이 오히려 큰 잘못을 한거에요.

당신은 그저, 살아남으려고 했던 거예요.”

라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사람을 다시 믿기 시작했지만,
내 안의 ‘믿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그 다음 상처를 불러오는 문이기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다음 이야기는,
관계라는 이름 아래 다시 한 번 크게 무너졌던,
그래도 아직 너무 어렸던, 나를 다시 마주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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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Sunset’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순수 창작물이며, 모든 내용은 실제 일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브런치 및 향후 감정 기반 콘텐츠 프로젝트의 일부로 사용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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