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전히 도전할 수 있을까

10년차 해군장교의 고민

by 김민제

조금 오래된 천만 영화 <해운대>를 보면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이 영화는 절망적인 재앙 속에서 한 가족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그리는 영화다.



나는 영화에서처럼 50m에 육박하는 큰 파고는 아니지만, 지금 타고 있는 배를 집어삼킬 것 같이 거센 기세로 올라오는 파도를 본 적이 있다. 멀미를 할 겨를이 없는 긴박감이 몸을 감싸 쥐던 순간이었다. 6년 전, 해군 함정을 타고 북대서양을 횡단할 때의 일이었다.




해군에서 장교로 근무한 지는 어느덧 10년 차. 문득 돌아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영화 <해운대>처럼, 실제로 함정 근무를 하며 겪었던 것처럼, 지난 10년간 격랑의 파도 위에서 아슬아슬했던 날들이 꽤 있었다. 가끔 조국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명감이 문득 스칠 때 저릿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에게 닥쳐오는 파도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했던 날들이 많았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벌써 10년이 흘렀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불안하고 답답했다.


무엇이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가. 남들에 비해 길다면 긴 군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가. 혹시 군생활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 나를 옭아매는 것인가. 내가 어린 시절 꿈꾸던 삶은 어떤 것이었는가. 이제 와서 방황을 해도 되는 것인가.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아니면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가.


질문을 늘어놓다 보면 구질구질한 감정들을 쓰레기더미처럼 쌓는 거 같다 싶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단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 지금 이 순간도 과거가 되어 지나가고 있다. 부끄럽든, 자랑스럽든,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의 과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과거에 분명 답이 있을 거란 믿음, 그 믿음에 희망을 거는 과정을 이 지면에 담고자 한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은 어떤 파도를 어떻게 넘어 오게된 것인지 그려보고자 한다. 한 꺼풀씩 그려내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뚜렷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울퉁불퉁한 지난날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듬으며 스케치해 보고자 한다.


나는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