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딸
딸이 자라는 속도를 보면 너무 아쉽다.
내 품에 안겨 입만 뻐끔대던 시절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못 하는 말이 없을 정도니.
곧 내 손길이 필요없어질 때가 오겠지 싶어서 매일이 아쉬운 마음이다.
딸 꿀복이는 이제 곧 만 5세가 되는데,
한 살씩 먹을 수록 면역력이 높아지긴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고열이 몇번씩은 꼭 거쳐간다.
이번에도 편도가 부어 열이 났는데,
잘 먹는 아이가 '그만 먹을래' 하면서 수저를 내려 놓는걸 보고 철렁 했다.
아이에 한해서는 현실적인 나도 초조한 마음에 갖은 상력이 발휘된다.
어디가 안좋은게 아닐까? 내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아픈건데 내가 발견 못하는건 아닐까? 등등
곧장 병원에 가서 '심하지는 않네요' 소리를 들어야지만 초조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고열이 나니 머리가 아팠던 모양인 딸.
딸이 "엄마 머리 아파, 왼쪽 이마는 괜찮은데 오른쪽 이마가 좀 아픈것 같아"라며 꽤 상세하게 아픔을 표현해서 또 철렁했던 나는 딸의 이마를 내 이마에 맞댔다.
"꿀복아 두통 엄마한테 줘, 이렇게 맞대고 있을게 엄마한테 두통 줘"
이렇게 말하니 딸은 두 팔로 나를 팍!하고 밀쳐냈다.
"안돼 엄마가 아픈건 안돼"
나는 딸을 품에 꼭 안고 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딸이라는 생명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난 이 감정을 표현할 문장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