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도 Apr 24. 2022

이유 없이 힘든 삶은 없다

이야기의 시작 :

 


 삶이 너무 힘들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나를 알려고 애썼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건지 이해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볼일 없는 삶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하나뿐인 삶이었다. 어떻게든 잘 살아내고 싶었고, 어떻게든 행복하고 싶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아빠의 통제와 폭력이 나를 힘들게 했고, 이십대에는 무력한 내가 싫어 힘들었다. 삼십대, 늦은 취업과 결혼을 몰아치듯 하면서 한발쯤은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엄마’가 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만났다. 기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결핍으로 가득 찬 나의 이 어두운 마음을 아이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를 만들고 싶어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이를 빛나게 해줄 최고의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아이는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자랐다.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아이가 이유도 없이 미워질 때가 있었다. 아이가 18개월을 지나면서 자아가 생기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자, 내가 아이를 왜 미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건 내 안에 울고 있는 또 다른 아이 때문이었다. 나의 내면아이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봐 줄 수 없게 만들었다. 안팎으로 우는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지옥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가 나의 아이와 내면아이 사이에서 씨름을 하는 동안, 내 안의 파도치는 감정들을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경멸을 옆에 있는 남편에게 토해내듯 쏟아냈다. 나의 맥락 없는 공격에 남편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오랫동안 남편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우리 사이를 계속 갈라놓았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였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부족하고 모자란 내가 너무도 부끄럽고 싫어서 내가 나를 버리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나를 다시 마주보기 시작했다. 자기 사랑의 첫 걸음은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의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몸으로 감지한 감각이 어떻게 감정으로 연결되는지, 감정은 어떤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지,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어떤 행동을 자동적으로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몸, 마음, 생각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내 몸에 가해진 폭력과 내가 억압했던 감정과 나에게 주입된 생각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현실의 모든 문제들은 모두 나의 어린시절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망각하려 애썼던 기억들이어서 상처를 마주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도 한참동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다. 너무 오랫동안 몸의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 애써왔기에, 몸으로 마음으로 무언가를 감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기억해내려 애쓰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일 뿐이었다.








 나의 글에는 가정폭력이라는 상처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혔는지 상세히 적혀 있다. 글을 쓰며 계속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 잘못이 아니야라는 단순한 진실을 만났다.  진실을 알고서야, 나는 나를 용서하고 나의 내면아이를 안아줄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다.


당신의 상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아픈 상처를 가지고도 지금까지 살아낸 당신, 정말 애썼습니다.




 이제 당신의 상처를 바라보자. 그리고 당신 안의 어딘가에 있을 내면아이를 불러보자. 내면아이가 당신의 삶이 힘든 그 이유를 말해 줄 것이다.




 안녕, 나의 내면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