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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08. 2019

모르는 옆테이블에 건넨 만두

나눔의 의미를 깨닫고 직접 실천하다

올 여름, 부산 여행을 갔을 때였다. 최근 5년 동안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방문했기에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도 부산은 좀 익숙한 지방이었다. 보고 싶은 행사가 있어 방문했다가 바다도 한 번 봐주고 집에 올라갈 시간이 가까워져 기차를 타기 전 역 근처 밀면집에 들렀다. 부산에서도 꽤 유명한 맛집이었기에 웨이팅이 있었다. 웨이팅을 하는 사람 중 혼자 기다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지만 혼밥은 워낙 익숙하기에 20분 정도의 웨이팅 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도 안먹은 상태라 혼자임에도 밀면과 만두를 함께 시켰다. 이내 6알의 만두가 먼저 나왔다.

맛있는 고기만두. 가격도 저렴했다


나는 만두를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되는 마음으로 만두를 먹으려고 하는데, 그 때, 옆테이블이 보였다. 옆테이블에는 한 커플이 밀면을 함께 먹고 있었다. 둘이서 여행을 온 것처럼 보였다. 두 명이라며 사이드로 만두를 하나 시킬 법도 한데 밀면만 나눠먹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접시에 만두 두 알을 덜어 옆테이블에 건네줬다.


제가 시키려고 먹었는데,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드세요...!


옆테이블의 커플은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만두를 받았다. 그리고 서로 하나씩 만두를 나누어먹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밀면이 나오고 나도 만두와 함께 맛있게 식사를 했다. 옆테이블이 먼저 들어와 먹고 있었지만 내가 먹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내가 먼저 다 먹게 되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옆테이블 남자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맛있었다,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넸고 나는 가벼운 목례로 그에 답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간 나는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밀면집을 나섰다.

밀면, 냉면이나 국수와는 다른 또다른 매력이 있어서 종종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왜 생전 처음 만난 옆테이블 사람에게 만두를 건넸을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학창시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생 시절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말을 트고, 친해지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졌다. 대외활동을 꽤나 많이 했지만 발대식 현장 등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조를 만들고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어색함을 많이 느꼈다. 좋은 친구들, 동생들 덕분에 결과는 좋았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수준을 넘어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나누어줄 줄은 몰랐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내 행동에 대해 생각했다. 굉장히 즉흥적으로 나온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밀면은 만두랑 같이 먹어야 진짜 맛있는데'라는 생각과 '나 혼자 다 먹으면 배가 아플거야'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컸던 생각은 '여행 온 거라면 나중에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만두도 하나 먹고 가지...'라는 거였다. 돈이 부족하든 배가 별로 안고프든 만두를 주문하지 않았는데 하나 정도 먹으면 그 식당에 대해 더 좋은 기억을 갖고 가지 않을까? 내 만두 덕분에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겠다는 생각이 나에게 나눔을 하게끔 만들었다.

여행이 그리 즐겁진 않았는데, 마지막에 좋아진 느낌이었다


오지랖은 나눔과 배려의 적이다


옛날에는 나눔의 문화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어머니가 맛있는 밥을 차려주시고, 혼자 있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놀아주고... 하지만 요즘에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누군가를 신경쓰는 것이 '참견', '오지랖'이라는 단어로 비하당하기에 각자 자기만 신경쓰는 풍조가 퍼져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면 배가 불러 만두를 남겨 버렸을지라도 옆테이블에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별 것 아닌 나의 배려와 나눔으로 누군가에게 더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그 사람도 영향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나눔을 베풀 수 있다면 서로서로 좋은 게 아닐까? 옆테이블의 커플들과 나는 그 후로 영원히 보지 못할 사이라고 해도, 서로가 기분 좋게 여행을 마치면 좋은 거다.




출근하다가 뒤의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행동은 특별한 수고가 필요한 행동은 아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부탁한 사람과 찍어준 사람 모두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다.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청한 꿈이 아니더라도, 이런 작은 행동들은 모두가 조금씩 실천했으면 좋겠다. 그 조금의 행동들이 팍팍한 삶에 한 줄기 빛과 소금 정도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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