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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15. 2019

글을 쓰는데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신경쓰는 순간, 글은 한 자도 써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경우에는 '기록'과 '기억'을 남기기 위함이다. 내가 일상에서 경험한 수많은 일들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 보라고 쓰는 글이 거의 없다. 구글이나 캠페인 브리프 관련한 것들은 설명을 하는 느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내가 공부한 것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쓴 것이고 다른 카테고리들도 누구 읽어보라고 쓰는 글이 아니기에 보기에 따라서 읽기가 힘들거나 불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이 쌓이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는 글을 쓸 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운 좋게 브런치 메인에 글이 몇 번 소개되고 다른 SNS에도 내 글이 소개되면서 구독자가 꽤 늘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댓글도 받으니 무언가 내가 글을 잘쓰는 것처럼 느껴져 뿌듯했다. 그런데 그후 글을 쓰려고 할 때 브런치 구독자와 작품별로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 손으로 쓰는 글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ㅠ


남을 가르치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브런치를 구독한다는 의미, 브런치를 구독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목적은 '내가 저 사람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는 것이다(유튜브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한 마디로 내 글을 원한다는 거다. 왜일까? 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싶어하는걸까? 내 글에 무언가 매력이 있는걸까? 뭐 이런 문제는 차치하기로 해도, 내가 올린 글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면 더 글을 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기획도 더 열심히 하게 되지만 그 생각이 너무 과해지면 '훈수'의 글을 적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 내 브런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구독과 조회수가 나오는 '직장인의 감정일기'는 내가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겪게된 에피소드와 그와 관한 내 생각을 글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그래서 아마 연령대나 현 상황이 비슷한 직장인, 사회초년생들이 공감을 하면서 많이 볼 것이다. 작품 안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라간 적도 있는데, 그 후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되고 공감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글랭킹 TOP 5중 4개가 '직장인의 감정일기' 글이다


이후 나는 회사 관련 글을 쓰다가 흠칫 놀랄 때가 있었다. 바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직장생활에 대해 가르치려는 '훈수글'을 쓰고 있던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쓴 글이 아니라 내가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하는게 좋더라'는 글을 쓰는 모습을 발견했다. 놀랐다. 내가 브런치를 쓰게 된 계기는 이게 아닌데, 왜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려드는거지? 난 아직 회사생활 다 합쳐도 2년도 안된 완전 새내기 사원인데... 누군가에게 글로 주목받으니 무언가 우쭐대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그 글을 완전히 지우고 생각을 정리했다.


글도 초심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적는 거였다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실력, 입장이라면 이런 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글은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거지, 누군가를 위해 쓴 글이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도움이 되었다면 뿌듯하다. 하지만 그거에 취해 마치 내가 선배, 혹은 선생인 것처럼 훈수를 두는 건 선을 넘는 거다. 작품의 일관성에 맞는 글을 쓰고 싶다.

앞으로 추가될 작품이나 브런치도 에세이 형식으로 가고 싶다


나중에 출판을 하게 된다면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 나를 내세우는 글 보다는 나만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공감해주면 좋겠다. 브이로그가 흥할 수 있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관심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크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유명작가의 글이 아니더라도,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과 생각을 엿보면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의 인생은 우열을 나눌 수 없고, 그 사람의 인생은 오롯이 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거니까.




글을 쓸 시간이 생각보다 부족해서 요즘 업로드를 많이 못하고 있지만, 새롭게 브런치북으로 만들 글은 정말 나에 대한 글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과 현재, 그리고 내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글을 써볼 생각인데, 그 글을 쓸 때에도 지금처럼 초심을 잊지 말고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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