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황래 Jan 28. 2020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짠돌이 직장인의 미래 준비와 '티끌 모아 흙무더기'

나는 '짠돌이'다. 의식적으로 돈을 아끼려고 노력하고, 소비보다는 '저축'에 포커스를 맞추고 돈을 생각하는 편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짠돌이는 아니었지만, 검소한 생활에 과소비를 하지 않는 아버지의 생활 습관을 보고 자라와서 그런지 나도 자연스럽게 크게 '물욕'이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짠돌이가 되는 과정에는 여러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직장인이 되고난 후 미래의 결혼과 노후 등을 생각하게 되면서는 이런 성향이 더 짙어지게 되었다. 이게 무조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짠돌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돈에게 끌려다니는 '노예'가 되기 싫다는 게 가장 크다.

저축, 월급의 얼마까지 해봤니?


돈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다


처음 돈의 소중함을 느낀 건 수능이 끝난 다음날부터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다. 그 때 나는 호텔 연회장에서 서빙을 하는 알바를 했었는데(그 알바를 무려 7년 가까이 했다) 구두를 신고 9시간 동안 거의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발이 많이 아프고 몸이 지치는 일이었다. '힘들게 돈을 버는' 일을 어린 나이에 경험해서인지 그로 인해 받는 돈이 굉장히 귀하게 생각되었다. 아버지도 몸이 굉장히 지치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주셨기에 그런 돈을 내가 막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알바를 시작한 직후부터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지 않겠다 선언. 등록금부터 생활비까지 모든 지원을 받지 않고 내 손으로 벌어서 생활하고 있다(등록금은 학자금대출 후 갚고 있지만)


시급 4,300원부터 7,000원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알바를 했다. 대학생 때는 뒤풀이다, MT다 돈을 많이 쓰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돈을 쓰는데 비해서 생각보다 엄청 막 재미있지는 않았다. 필요한 곳에 돈쓰고, 사줄 사람한테 맛있는 거 사주고 이런 거는 돈이 아깝지 않았지만, 돈을 많이 쓴다고 행복해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소비습관도 '소비'보다는 '저축'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뭐가 재밌다는 거지? 아직 내가 돈쓰는 재미의 소재를 찾지 못한걸까?


쓰는 것보다 많이 번다


대학생 때의 소비 목표였다. 호텔 알바를 할 때에는 주급을 받았다. 그래서 한 주 한 주 돈을 벌면서, 많이 벌어 적게써서 저축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평일 5일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사용하는 돈은 3~4만 원 정도였고(기숙사에 살 때는 더 안썼다), 주말 2일 동안 버는 돈은 1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으니까. 방학이나 휴학 중에는 알바에 올인할 수 있어서 돈을 더 모을 수 있었고, 학기 중에도 수업이 끝나고 바로 알바를 하러 갔던 적도 많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저축을 할 수 있었다.


알바를 하면서 먹는 밥도 식비 절약에 꽤 도움이 되었는데,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호텔 지배인님들이 밥을 잘 챙겨주셔서 알바를 가는 날에는 밥 걱정 안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사실 학교든 직장이든 고정비는 크게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이라고 할 수 있는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메리트가 되었고, 그게 알바를 오래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저축 말고 다른 재테크도 찾아야하는 시기가 왔다. 이제 곧 서른이다


짠돌이의 완성은 '평범한' 직장인


졸업을 하고 난 이후에는 버는 돈의 규모가 커지니 씀씀이도 조금은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도, 내가 돈 쓰고 싶은 곳을 찾은 것도 아니긴 하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가족에 대한 대비 때문에 더 심한 짠돌이가 되었다. 점심은 도시락을 먹고, 주말에는 따로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거나 자기계발을 하고,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별다른 소비를 하지 않는 습관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학생 때에 비해 만나는 사람이 적은 것도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돈 때문에 사람을 안만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돈 써서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만 잘해주기에도 내 인생은 많이 바쁘다. 여러 이유로 지금은 버는 돈의 3/4 이상을 저축할 수 있지만, 후에 쓰일 목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사실 이렇게 돈을 모으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돈의 노예가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된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도 자주 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행복은 돈이 많고 적음순이 아니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나는 짠돌이가 '쫌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 쓸 때는 쓴다. 근데 남의 눈치를 보면서 돈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 돈 10원 주지 않으니까. 미래를 위해 저축 열심히 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쓰는 생활습관, 바꿀 생각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 산책 : 동네 한바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