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빠가 떠나고 난 뒤 [Fin]

by 김황래

아빠를 보낸 후에도 남은 일들이 많았다. 세상에서 아빠를 지우는 일이 필요했다. 사망신고를 하고, 아빠의 재산을 정리해야했다. 회사에 6월까지 휴직을 한다고 말씀 드리고, 해야할 일을 정리해 하나씩 했다. 병원에서 아빠의 사망진단서를 10장 쯤 받았다. 사망진단서가 필요한 곳들이 많을 거라고 했고, 실제로 많이 썼다. 일단 동사무소에 가서 사망신고를 했다. 서류를 적으니 1주일 정도가 걸릴 거라고 했다. 사망신고 처리가 끝나야 할 수 있는 일도 있었기에 그 기간을 기다리면서 다른 일들을 먼저 처리했다.


상속 관련 원스톱 서비스에 로그인해 아빠의 재산을 파악했다. 집, 예금, 보험 등의 정보를 보고 하나하나 정리를 했다. 아빠가 모아둔 돈을 옮기고, 대출을 모두 갚았다. 아빠가 나를 위해 소중하게 모은 돈이었다. 허투루 쓸 수 없었다. 계좌는 해지했지만, 통장은 남겨두었다. 보험사와 국민연금공단에도 들러야 했다. 많은 서류철을 챙기고 서울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사이사이 집 정리도 시작했다. 아빠가 사용하던 이불을 빨고, 아빠가 입던 옷들을 버리는 등 집안을 비우기 시작했다. 아빠의 유품들을 따로 정리해 서랍에 정리했다. 모든 물건들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물건이 빈 만큼 아빠의 빈자리가 더 커질 것 같아서였다. 지금도 아빠의 물건이 조금은 남아있다. 언젠가는 정리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고 싶지 않다.


복직하기 전 혼자 아빠를 보러 보광사에 다녀오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가져가 분골함 옆에 두었다. 그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분골함은 아빠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고 싶었고, 옆에 있고 싶었다. 그렇게 정신 없는 한 달이 지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1년 2월 13일 오후 2시 28분, 설 연휴다. 명절 연휴에는 절이 열지 않기 때문에 다음주에 아빠를 보러 갈 생각이다. 명절과 아빠의 기일 정도에 보광사에 간다. 아빠를 보낸지도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니,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다. 그리고 이런 일은 누구든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슬퍼할 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내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아빠는 원하지 않을 테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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