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되기까지. 노력은 증명된다.
회사에 다니면 제대로 책을 읽기가 어렵다. 출퇴근길 드문드문 읽게 되어서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나마 읽는 책들도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읽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책을 읽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었다. 자영쌤이 페이스북으로 쌓아두셨던 글들을 모아 독립출판으로 내신 '실전 프레젠테이션 이야기'였다. 사실 페이스북의 글들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예상이 가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프로구나' 라는 한 문장이었다.
누구나 본인이 하는 일에 있어 '초심자'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과 스킬이 쌓이고, 여러 상황에 직면하고 그 상황을 해결할수록 '노하우'가 쌓인다. 그렇게 점점 성장하고 '프로'가 된다. 이 책은 프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아직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여러 감정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본인의 업(業)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고, 그에 비해 내 업에 대한 비전과 노력이 부족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구나'라고 놀란 에피소드가 있었고, '이게 진짜 프로의 뒷모습이구나'라고 감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짧은 글의 모음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읽히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드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았다.
특히 자영쌤의 업인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분야는 여러 업 중에서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사람을 상대하고, 그 사람을 설득하고, 수없는 경쟁을 이겨내야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직업.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고, 그에 대한 중압감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동안 봐온 자영쌤은 어떤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고, 그 길을 찾아내는 과정을 즐겁게, 보람차게 해내시는 분이었다. 그 에너지가 책에서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3년 전 겨울, 자영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던 'Spell your story(스유스)'. 운이 좋게 운영진으로 선정되어 준비를 해나가면서 자영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3~4시간 가량의 행사를 진행해야하는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다. 당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많았던 운영진들은 경험이 부족한 탓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자영쌤은 그 고민을 함께 해주시고 우리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물론 프레젠테이션과는 결이 다를 수 있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인사이트는 적어도 나에겐 큰 배움이 되었다.
스피치클래스부터 스유스까지 자영쌤의 강의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다른 사람에게서 볼 수 없는 힘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평범하거나 밋밋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말씀해주실 때 '프로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문성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의 경험이 '실전 프레젠테이션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은 단순히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자기계발서보다는 작은 '자서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영쌤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가히 '명언 잔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을 토대로 말씀해주시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취업 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꽤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신다.
'발표를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분야에서든 프로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프로의 벽'을 느꼈지만, 아예 되지 못할 거라는 좌절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 동안 내가 봐왔던 자영쌤의 모습이,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나도 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시작하고, 습관을 만들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