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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08. 2023

내가 러닝을 하는 이유

가장 가성비 좋은 운동이었다가, 내 자존감을 지키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찌기 시작한 살은 알게 모르게 나를 괴롭혔다.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움직이지 않고 점심, 저녁 모두 급식을 마구 먹었고, 대학교 새내기 때에는 성인이 되어 놀고 싶은 마음에 각종 밥약속, 술자리를 다니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다녔다. 군대에 있는 동안 나름의 규칙적인 식사와 강제(?) 운동으로 어느정도 체중이 돌아왔다 싶었지만, 복학 후 학점과 취업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기 시작했다. 호텔 연회장에서 알바를 하면서 많이 움직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먹었기에 점점 '건강한 돼지'가 되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30대가 되었고, 나는 누구나 보아도 꽤나 심한 비만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는 각종 성인병의 표본이 될 것 같은 수준이었다.


다이어트와 체력, 둘 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살이 찌다보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더 기피하게 되고 더 숨게 되었다. 이렇게 더 살아가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여러 선택지 중 나는 긴 고민 없이, 단순하게 가기로 했다. 나는 다이어트와 함께 일상생활에 집중력을 더하기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러닝'을 선택했다. 일단 러닝은 돈이 들지 않았고, 다이어트에 아주 효과적인 '전신운동'인데다가,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헬스장보다는 밖에서 러닝하는 것을 선택했다. 내 성향상 러닝머신은 매우 노잼이었고, 이전에도 하천러닝을 꽤나 열심히 했었다.


그렇게 러닝할 때 입을 편한 반바지와 가벼운 운동화를 사서 집 근처 골목을 돌기 시작했다. 막연히 어떻게 달려야할지 몰라 도움을 받기로 하고, 여러 러닝 앱들 중 '런데이(Runday)'를 설치해 '30분 달리기 코스'를 시작했다. 하루 1~2코스씩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페이스대로 걷고 뛰는 걸 반복하면서 러닝을 계속 해나갔다. 그리고 그날 러닝의 순간들을 기록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뛰고, 올리니까 뿌듯하더라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건 누군가 보라고 올렸다기보다는,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내가 의식해서 더 자주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이었는데,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 것 같다. 하루에 한 타임이라도 하려고 노력했고, 가능하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침, 저녁 두 타임씩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체력은 기본, 자존감은 덤


결과적으로 러닝을 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체중을 재기 시작한 9월부터 12월 중순쯤 되었을 때 나는 14kg을 감량했다. 21살 때는 이보다 더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체중을 감량했지만, 나이가 드니 그 때만큼 하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직장과 교회도 있다보니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굉장히 만족할만한 수치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살 많이 빠졌다는 말을 해주어 기분도 좋았고, 턱선이 얼굴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만족했다. 체력도 좋아져서 이전보다 업무를 할 때 집중력도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금방 포기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일들도, 생각보다 빠르게 끝내서 MBTI 'J'로 자리 잡는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의식하지 않고 싶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의 눈을 무시하기 어렵고,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살이 빠지면서 나름 자존감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좀 더 밝아졌다고 할까. 내 모습에 만족하니 다른 사람에게도 더 용기를 내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운동만 해도 '갓생'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무언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충분한 자기계발이자 '갓생'이 될 수 있는데, 가장 효율이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운동 같다. 당장 눈에 띄는 외적인 변화는 없어보일지라도, 내 내면과 정신상태가 우선적으로 변하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외적인 모습도 될 수 있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투자해보자. 헬스장을 등록했다면 출발하기 전까지가 제일 힘들지, 막상 운동을 끝내고 나면 '아,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되어 나는 외부 러닝이 힘들어져 헬스장을 등록해 러닝 머신을 뛴다. 밖에서 뛸 때보단 노잼이지만, 근력운동도 같이 하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나를 기대하고 있다.




30대는 20대보다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과 비교는 하지 말되, 하루하루 더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나를 변화시킬 것이다. 목표에 잡아먹히지 않는 선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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