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안쓰고 휴가 가는 기분, 어떨 것 같니?
보통 1년에 1~2번 정도는 국내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은 그냥 나한테 맞지 않은 느낌이라 리프레쉬를 위해 해외 여행을 가는 편인데, 2023년은 여러 이유로 제대로 된 여행을 가지 못했다. 연차를 쓰지 못하는 건 연차수당이 나오니까 상관이 없었지만, 늘어가는 일정과 지쳐가는 몸과 정신에 휴시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11월 말까지는 어떤 여행도 갈 수 없었던 지라 포기하고 그 때까지 일만 열심히 하고 있던 중, 아주 좋은 기회로 휴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워케이션' 이었다.
회사에서는 여러가지 복지를 찾아 최대한 직원들에게 소개해서 경험하게 해주는데, 그것이 참 고마웠다. 워케이션도 그 중 하나였는데, 휴가지에서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관광지를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연차를 쓰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다고?' 라는 점에서 굉장한 메리트가 있었다. 사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가를 쓰지 않는 편이라 연차가 이미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 부분이 굉장한 장점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그래서 고민하다가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신청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역시나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이런 숙소를 이 가격에? 대박
워케이션을 본격적으로 신청할 때, 여러 지역 후보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강릉'으로 가고자 했다. 교통편이 다른 지역보다 확실히 좋고, 유명한 관광지들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했을 때 강릉은 이미 선착순 마감이 되어버렸고, 후순위에 남겨있던 '고성'을 가게 되었다. 고성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이라 신선함에 기대가 되었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았기에 반강제적(?)으로 차를 렌트할 수 밖에 없었다. 3박4일 긴 시간의 여정이라 렌트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만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가기에 N빵하면 그렇게 못 낼 비용도 아니었다. 운전은 나와 다른 직원 한 분이 번갈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숙소는 '맹그로브 고성'이라는 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사실 숙소 사진은 제대로 보고 가지 않았다. 나는 숙소는 잠만 자면 될 정도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기도 했고, '자기부담금 10만원'만 내고 가는 곳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엄청나게 좋은 숙소와 오피스를 3박4일 동안 썼다!
통창이 있어 고개만 들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뷰에서 일하는 기분, 느껴본 적이 있나..? 너무나 좋은 시설에서 일할 수 있다는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하고 싶지 않을(?) 정도. 팍팍한 건물 뷰의 가디에 있다가 이런 곳에 와서 일하니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래서 '제주도 한 달 살기' 이런 걸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음. 커피머신이 있어서 아아 한 잔 두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숙소도 바다뷰에 침대도 완전 넓고, 업무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에 테라스 테이블까지 있는 방을 혼자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자기부담금 10만원이 하나도 안 아까울 정도. 일반 예약이면 1박도 못하는 금액이란다. '워케이션'에 정말 알맞는 숙소였다. 우리 회사 말고도 워케이션으로 온 사람들이 많았는지 숙소 분위기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 말로는 방음이 약간 문제였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둔감한 나는 느끼지 못했다.
워케이션이 아닌, 휴가로도 충분한데?
우리 회사는 나를 포함해 6명이 워케이션을 떠났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분이시고, 계획적인 성향의 분들이 많았기에 꼼꼼하게 일정을 짜면서 다녔다. 차도 렌트했겠다 가고 싶은데 다 간 거 같다. 밤에 별도 보러가고, 속초로 넘어가 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사서 먹고, 점심에도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알차게 다닌 거 같다. 워케이션이라 업무를 보고 퇴근시간에만 돌아다녔지만,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평소보다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자정 시간까지 노는 것도 부담이 없었다. '가성비'를 생각해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 또 감사하게 회사에서 별도의 지원금도 주셔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몇 박 잡고 여행을 떠나려해도 숙소비, 교통비, 식비 등 부담이 되는 품목이 많은데 워케이션은 숙소비를 확연히 줄일 수 있는 선택지라 회사에서 허락해준다면 일반 휴가 대체로 충분히 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가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은 정답이었고,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 꼭 가보고 싶다 ㅎㅎ
대기업 연봉이 아닌 이상, 제대로 된 휴가를 가기 부담스러울 때 워케이션은 아주 좋은 선택지다. 다만 내년에도 이런 정책이 있을지는 모르겠다(있으면 좋겠네). 코로나19 덕분에 익숙해진 재택근무와 회사의 시스템이 이럴 때 장점을 발휘하는 게 좋다. 그런 경험들이 없었으면 회사 외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였을텐데. 재택근무 선견지명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