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까지 0초, 점심먹으러 5초, 퇴근하고 0초
나는 이직 후 부산에 국제광고제를 보러간 것 말고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3월에 날이 풀리면 '독도' 여행을 한번 해볼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흉흉해진 대한민국에서, 여행은 커녕 회사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최근 회사의 방침으로 인해 '재택근무'라는 것을 시작했다.
여느 때 처럼 금방 지나갈 줄 알았다
몇 년전 있었던 '사스', '메르스' 사태처럼 조용하지는 않아도 빠르게 진정될 줄 알았다. 그래서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발생해 중국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우리나라 전세기가 교민들을 태우고 올 때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끝나는 줄 알았던 확산은 갑자기 다시 불붙기 시작했고, 결국 서울 곳곳이 뚫리면서 회사에서는 재택근무 결정을 내렸다. 퇴근 시간 즈음에 내려진 결정을 들은 나는 서둘러 USB에 업무와 관련한 파일들을 챙기고, 내 자리의 물건들을 챙겨서 퇴근했다.
재택근무를 꿈꾼 적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집을 더 좋아하게 되고, 집에서도 혼자 시간을 잘 보내기에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프리랜서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재택근무를 하려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당장 처리해야하는 업무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직원분들과 대표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면'이 아니다보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대표님의 의지에 따라 결국 재택근무는 시작되었다.
집에서 일을 하는 거는 익숙한 일이었다. 퇴근 후에도 집에서 밀린 일을 하거나 다음 날의 일을 미리 한 적도 있었고, 주말에도 그 다음주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 혹은 좀 더 공부가 필요해 업무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원래 근무 시간인 평일 오전과 낮에 집에 있는다는 건 좀 어색했다. 출퇴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메신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업무를 해나가는 건 생각보다 더 귀찮고 번거웠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출퇴근 시간 0초, 점심먹으러 가기까지 5초, 쉬기 위해 눕기까지 3초 등등...
프리랜서의 삶이 이런걸까?
언젠가 브런치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의 최종 꿈은 능력을 키워 '프리랜서'가 되는 거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이 시대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나의 능력 뿐이고, 프리랜서는 내가 죽을 때까지, 내 능력이 닿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직업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색한 면이 있지만). 프리랜서는 이렇게 집에서, 혹은 카페처럼 집중할 수 있는 아무 곳에서나 업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뭔가 프리랜서가 된 기분이었지만, 내가 미래에도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이렇게 집에서 근무를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집에 계속 있으니 백수 때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마음은 훨씬 편했다. 직업이 없는 게 아니고, 집에서도 내가 일할 거리가 있으니 그냥 몸이 편해진 기분? 앞서 말했듯 업무가 좀 불편해지니 마음이 불편한 건 있지만, 몸이 편한 건 사실이었다. 맨발에 츄리닝 입고 일하는 것 자체가 일단 편할 수밖에 없지.. 주위에 몇 몇 친구들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데 불편한 게 많은가보다. 대기업일수록 시스템이 갖춰져있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런 게 없는 집에서 일한다는게 많이 불편하겠지... 하지만 전염 때문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봐야하는 현 시점에, 재택근무를 나와 동료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언제까지 집에서 일하게 될까
이번주 2일 동안 재택근무를 했다. 교통비, 식비가 들지 않아 돈을 아낄 수 있었고, 출퇴근이 없어지니 내 시간도 더 많아지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택근무를 계속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해이해지는 것 같았고,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 19는 계속 확산세라 다음주에도 재택근무가 예정되어 있지만, 업무 정리 겸 월요일에는 사무실에 출근하기로 했다. 동료들에게 혹여나 전염을 시키게 될까봐 되도록이면 밖에 안나가는 삶을 계속하고 있는데, 아마 3월 초까지는 계속 재택근무가 아닐까 싶다.
빨리 이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가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잠잠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지만, 나는 나대로 항상 조심하고 있다. '재택근무'라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지만, 빨리 다시 회사로 마음 놓고 출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