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고 기사 써보기
죽은 자가 죽은 자를 위해 쓴 부고
유명인이 죽으면 그의 일대기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부고 기사는 그 사람이 죽기 전에 쓰여진다. 심지어 어떤 부고는 더 먼저 죽은 사람에 의해 쓰여지기도 한다. 이것을 예비부고라고 한다. 보통 유명인이 70세가 되면 부고 기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행적에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때 부고도 함께 업데이트 된다.
올해 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의 부고를 다루는 어떤 기사는 35년 전에 초안이 작성되었다. 덕분에 그보다 더 먼저 죽은 기자의 이름이 신문 1면에 등장하는 묘한 일도 벌어졌다.
‘노벨상’ 역시 잘못 전달된 부고 기사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노벨의 형이 사망하자 한 신문사가 이를 노벨의 사망으로 착각하고 기사를 발행한다. 노벨은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충격을 받고, ‘노벨상’을 만든다는 유언장을 작성한다. 오보가 없었다면 노벨상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필연적으로 갈릴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서로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여러 요소에 의해 기억은 달라진다. 내가 아는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써보면 앞으로의 삶이 더 나아진다고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록될지, 더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그에 걸맞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부고를 작성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아주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연습같다.
그런데 부고를 작성하려고 보니 많은 질문이 생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대체 뭘까?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좋은사람이어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나의 부고도 작성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