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양양하다 (1)

자박자박 겨울 여행기

by 뮨미

바람이 바다의 알싸한 내음을 한껏 품어 안고 있었다.

파도가 밤낮 할 것 없이 세게 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지나가는 고양이들의 느리고 어슬렁거리는 모양은 그곳에 깃들어 있던 여유로움과 호적했다.

그 사이에서 파도가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풍성한 여운을 남겼다.



양양에 다녀왔다. 큰 계획 없이 떠난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양양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다 할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았다. 다만 강릉과 속초와는 달리 '양양'은 내게 다소 익숙지 않은 그런 느낌이 있다. 그 단어 자체에서 오는 낯섦이 있달까.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뿐더러 내게서 양양은 왜 때문인지 잘 언급이 되지 않았던 곳이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그래서 일단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KakaoTalk_20220107_130257378_05.jpg 낙산 해변가

이번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였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심심하면 책을 읽기도 하고 그저 흘러가는 마음을 따르는 것,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지기, 였던 것 같다. 나는 3일 동안 낙산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면 낙산은 이러한 나의 취지에 참 적합한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양양은 생각보다 좁은 지역이었다. 그중에서도 낙산은 하루 만에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아담한 곳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크게 할 건 없는 동네였다. (푸하)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낙산. 숙소로 올라가는 길에 내 손가락은 급속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언덕배기 길을 올라야 했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바다의 완전체가 내 두 눈에 가득 채워지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철썩철썩 때리는 파도소리가 마치 내게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나는 바다에 흥분했고 반가움을 느꼈다!) 나는 그 모습을 앞에 두고 셔터를 탁탁탁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을 대충 풀고 근처 낙산사로 향했다. 숙소에서 1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매표소가 있었다. 해수욕장에서는 5분 정도 걸린다. 아, 역시 좁은 동네. 가는 길에 호떡도 팔더라. (그렇게 나는 1일 1호떡을 했다고 한다.)


KakaoTalk_20220107_130257378_12.jpg 낙산사, 해수관음상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대부분 가족단위로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절을 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유유자적하게 걷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가 각기 다른 모습들로 그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낙산사 안에서도 명소라고 할 수 있는 해수관음상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언덕을 한 번 지나야 했다. 도착하고 보니 그곳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바로 아래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고 보았던 바다보다 훨씬 넓은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동안 바다에 나를 맡긴 채 가만 코 서 있었다.

여전히 파도는 치고 있었다.


KakaoTalk_20220107_143121053_01.jpg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해변가로 내려왔다. 한창 저녁 시간이었지만 해변가 주변은 다소 한산했다. 해변가를 옆에 낀 채 일렬로 쭉 펼쳐져 있는 횟집들에게서 적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 한 곳을 들어가 광어회와 매운탕을 먹었다. 아. 최고였다. 비록 회는 많이 못 먹었지만 매운탕은 기갈나게 해치웠다. 또 한 번 깨닫게 된 점. 아, 나는 역시 밥이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또 한 번 해변가를 거닐었다. 아까보다 더욱 세진 파도소리가 나를 가만가만 건드린다.



그렇게 양양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자니 하루 동안 흘러갔던 모든 순간들이 내 뇌리에 스친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내가, 참 좋다. 내일은 더 마음껏 바다를 봐야지, 생각하며 잠에 든다.

보통 나는, 오늘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그 하루 속에서 나는 어땠나' 하고. 그리고 이어서 내일의 나에 대해 또 생각해보곤 한다. 이게 보통 내 생각의 단계다. 그러나 왜인지 양양에서 보냈던 그 첫날은 이 전의 보통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꼈다.

다만 한 가지. 나를 순간순간 에워쌌던 그 무언가에 대해선 생각을 했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 불규칙적으로 혹은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그 파도 소리를.

잠들기 직전까지 나를 데리고 놀았던 파도 소리가 그렇게 나를 잠재웠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의 양양 일기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자박자박 거리며 다시 돌아올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