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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뮨미 Jun 04. 2024

단편 2호 - 행복한 얼굴

무엇이 따르는 가

 나는 지금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간신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희미하게 보였던 형체가 점차 뚜렷한 형태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 검은 얼굴은 이미 너무나 커져 내 온몸을 휘감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까.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고통에 달콤한 맛이 나기 시작했다.

어떤 경지에 올랐을 때 마침내 깨닫게 되는 그 무엇.. 이제 나도?

그리고 동시에 찾아드는 이상한 해방감과 안도감, 그리고 무력감.

나는 열렬히 환호했다. 드디어 나도 경지에 오른 것인가..!

 그때, 닫혀있던 내 검은 잇몸이 마침내 훤히 모습을 드러냈고, 동시에 내 모든 얼굴 주름들이 위로 끌어올려졌다. 반의지적인 운동이었다. 내 검은 얼굴은 지금 어떤 표정일까.

그리고 여전히 나는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는 굳어 질대로 굳어진 내 얼굴의 모든 근육들이 나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가 나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참 행복해 보이는군요.”










*타이틀 사진 - 영화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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