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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5. 2024

들었던 (같잖은) 조언

나의 첫 연애

들었던 (같잖은) 조언

나보고 센스가 없다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고 내 허벅지를 보면 여자로 안 보인다고 살을 빼라고 자기는 세상에서 무시받는 게 제일 싫다며 무시하지 말라고 가로수를 때리고 할머니 같은 옷들 좀 사 입지 말라고 하고 나 몰래 전 여자 친구를 만났다가 들켜도 뻔뻔하게 굴었던 그 사람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직도 여전히 나에게서 이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헤어지고 나서는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다. 그것만이 최고의 복수라고 믿었는데 살다 보니 잘 안 됐다. 삶이란 그런 게 아니더라. 진짜 삶은, 보란 듯이 잘 사는 게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 알게 되었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아주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어쩔 수 없는 열패감이 드리우곤 한다.


사랑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고 믿었던 순진했던 나, 연애하다 보면 상대의 결점이나 약점이나 단점까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불행하고 슬펐던 나, 그냥 헤어지고 싶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돼 이별을 자꾸만 미루었던 미련했던 나, 그러다가 별안간 그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던 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던 배신감과 분노와 충격. 도대체 네가 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 왜 네가!!라는 몇 마디 말을 하지 못해서 답답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탓하고 미워했던 나, 젊은 날의 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내가 그로부터 들은 말들, 그런 걸 가스라이팅이나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충조평판’하는 걸 불쾌하게 여기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해 버린다고도 하더라.


당신 말이야, 솔직히 정말 그때 나에게 같잖았어. 같잖은 사람은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견디고 새롭게 거듭나야 해. 넌 뭐 완벽한 것 같아?


너를 미워하며 지냈던 내 삶의 오랜 시간이 나에게는 독이었다.


나는 그냥 이렇게 되었어. 이런 게 어쩔 수 없는 나인 것 같아 조금 슬프고 우울한 밤이 가끔 있어.


이제 앞으로 저를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들에게 미리 일러둡니다. 저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제3프로를 보고 99퍼센트라고 여기지 마세요. 저라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안다고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마세요. 저기요, 그냥 저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하지 마세요. 저도 저를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당신들보다는 제가 저를 좀 더 알아요. 저에 대한 전문가는 저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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