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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5. 2024

나의 쉬는 날(1)

토요일 저녁이 되면

<나의 쉬는 날>

토요일 저녁 6시면 일이 끝난다. 강의실 청소와 뒷정리를 좀 하고 집에 돌아오면 6시 30분쯤. 돌아오는 길에 배민 앱을 켜고 무얼 먹을지 고민한다. 어제는 한솥에서 치킨마요컵밥과 김치찌개, 닭강정을 시켜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커피나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다가 낮은 매트리스 위에 눕는다. 너무 피곤하니까 일단 좀 누워있자,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는 정말 두세 시간 후에 일어난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나의 휴일'. 스케줄러를 펴고 일요일의 할 일을 적어본다. 읽다 만 책을 펼치고 읽기도 한다. 아까 조금 마시다 남긴 보리차나 커피를 버리고 새로운 커피나 보리차를 따른다. 참, 귀에 꽂은 버즈로 주로 듣는 음악은 R&B. 설거지나 분리수거 같은 건 당연하게 내일로 미룬다. 퇴근 후의 토요일은 긴장을 풀고 밤의 낭만을 느긋하게 즐긴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 몸이 뻐근하고 발바닥이 아프지만 괜찮다. 기지개를 자꾸 켜게 된다. 일주일 중 가장 설레고 기다리는 시간이 토요일 밤이다. 하지만 이 토요일밤을 만나기 위해서 고단하고 지난한 토요일 아침과 오후의 수업을 견뎌야 한다는 이율배반이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이 내가 출근을 하지 않고 온전히 쉬는 날이다. 가끔 누군가를 만나 브런치를 먹거나 카페에 가기도 하고 혼자 카페에 갈 때도 있다. 하지만 이틀 중 하루는 씻지도 않고 온전히 집콕이다.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나 요구르트에 그래놀라를 부어 먹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다시 잤다. 그리고 좀 전에 일어나 빨래를 걷고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왔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런 걸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오늘과 내일, 이렇게 쉬는 날을 이용해서 단편 소설을 많이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노트북을 켜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미치겠다. 소설 쓰기 같은 거... 미룰 수 있다면 계속 미루고 싶다. 계속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음악 듣고 스케줄러 점검하고 인스타그램 들여다 보고 유튜브 보다가 잠들고 싶다.. 내가 왜 소설을 쓰겠다고 말하고 다녔는지, 왜 내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벌써 잊어버린 것처럼.

노트북은 아직도 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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