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해가 뜬 아침은
검은 장막처럼 어두워
어쩌다가 이런 날도 있어
드디어 주검처럼
눈꺼풀 속으로 잠긴다
6시
멀리서 희붐하게 여명
아, 망했어
결국 이렇게 돼 버렸어
사실은 예감했어
이럴 줄 알았어
5시
지친 것 같아
피골이 상접했어
눈 아래가 컴컴해
광대뼈가 불거졌어
이럴 일인가 이게
4시
별 수 없어
오늘은 글렀어
차라리 카페인을 흡수하자
커피포트에 물 올리고
보글보글 끓면
조르륵 커피물을
찻잔에 한가득 부어
3시
비척비척 일어난다
책상 앞으로 가
읽다 만 책을 집어 들어
잠시 멍
마지못해 읽어
하릴없이 읽어
어쩔 수 없이 읽어
2시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소리
어둠을 비집고 내게 스며든다
말짱해지는 정신
반짝이는 눈빛
내 숨소리가 신경 쓰여
점점 더
또렷해져
1시
아직은 아니야
좀 더 기다려 봐
오늘 좀 피곤했잖아
너를 방문할 깊고 조용한 잠
곧 올 거야
0시
눕는다
내가 눕는다
나는 눕고
드디어 알았다
내가 아직
잠들고 싶지 않다는 걸
내가 눕는다
잠보다도 더 빨리 눕고
잠보다도 더 빨리 돌아눕고
잠보다 더 먼저 뒤척인다
자작시 <거꾸로 가는 취침 시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