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 공공디자인 전문가 정성빈 그리고 Jelly Jang
The Table Setter가 교육 프로젝트로 새롭게 문을 연 날, 우리는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첫 워크숍을 기획했다. 사실 기획 과정에서 많은 걱정이 있었다. ‘공공’이라는 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부함과 아무나 할 수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이 결합한 낯선 단어. 첫 워크숍부터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 속에서 워크숍 첫 모임을 가졌다. 그때 앞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공공디자인 청년 전문가 두 명을 처음 만났다. 현재 서울 100에서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정성빈 씨 (이하 정)와 공공 소통 아티스트 Jelly Jang(이하 장). 그들은 아주 가볍고 발랄한 PPT를 선보이며 우리 일상의 문제를 작은 표시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공공디자인’ 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절대 무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시작으로 7월 중순까지 총 4주 차 워크숍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청년 전문가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할 정도로 워크숍을 즐겼다. 매니저인 나도 그랬다. 나중엔 이렇게 재미있는 워크숍을 진행해준 이들과 그냥 헤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폭염이 내리쬐는 무더운 7월 말, 서울 개포동에 한적한 카페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바쁜 워크숍에 치여 물어보지 못했던 그들에 대한 여러 질문들도 나열해보기로 했다.
Q. 공공디자인 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 : 저는 공간디자인과 관련한 공부를 쭉 해오다가 서울 100이라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지금의 마이너스 플러스 100 사무실을 차리게 되었어요.
장 : 저는 ‘라우드 프로젝트’라는 공공 프로젝트 팀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공공디자인을 만났어요. 그때는 사회적 공익 프로젝트를 쉽게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는데요. 지금은 만들어놓은 그 판 안에서 재밌게 활동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있어요.
Q. 이윤은 어떻게 창출하고 있나요?
장 : 사실 저한테 비즈니스 모델은 따로 없고, 공공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비를 들여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런 사례를 모아서 적절한 후원처나, 기업, 공공기관에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고요. 누가 먼저 주문을 해서 거기에 맞게 활동한다기보다는 제가 먼저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주고 나서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윤 창출이 어렵지만, 다른 대행업체와는 차별점을 주고 싶어요. 어쩌면 작가로서 활동하기에는 이런 방식이 합리적인 것 같아요.
정 : 저는 Jelly Jang이 이야기한 것과 반대인 것 같아요. 지자체나 건설사에서 요청하는 조경설계나 지역 계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어요.
Q. 공공디자인은 왜 필요한지 간단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정 : 저는 조경설계, 지역계획과 같은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 업무 특성상 개인 정원이 아니면 대부분 공공 공간을 설계를 하게 돼요. 이때, 공공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그 돈의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까 공공디자인이라는 게 중요하죠.
장 :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공공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공공질서만 떠올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공’ 뒤에 붙는 수식어가 많아지고 다양해졌잖아요. 그만큼 ‘공공’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흐름 속에서 최근에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죠.
정 : 진짜 바뀌었다는 게 느껴져요. 예전에는 지자체와 수행 업체와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공사를 했었는데, 지금 지자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시재생사업 같은 경우에도 주민의 참여가 꼭 들어가야 해요. 저희가 안산에서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설계할 때 통학로를 직접 이용하는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설계안을 만들었고, 심지어 제작 과정도 함께 했죠.
Q. 현실에서 부딪히는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정 : 공공디자인을 잘못 이해한 지자체들은 가끔 제작에 필요한 나사 하나마저도 주민이 선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장 : 네, 맞아요. 아직 얼마 안 된 개념이라서 전문가의 영역과 시민의 영역을 잘 조율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시민들이 어디까지 참여하고, 전문가가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정 : 사실, 공공디자인 자체에 태생적 한계가 있어요. 내 집 베란다도 신경 쓸까 말까 한 세상인데, 공공의 문제를 해결한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요. 그게 가장 어렵죠.
장 : 그런데 저는 정대표가 한계를 한번 깨보고 싶어요. 공공을 위한 재화가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실행해보는 거죠. 제가 요즘에 개발하려고 하는 게,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그런데 사용목적이 공익이에요. 그런 도구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게 저의 계획이고... 아직 이런 시도들은 없어요. 아마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죠. 잘 안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저는 직접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더 테이블 세터 독자분들이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정 : 정말 중요한 것이긴 한데, 잘 될까요?
장 : 사실 저도 잘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해보고 싶어요.
대중들이 공공을 위한 재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디자인들이 되게 많아요. 당위성이 먼저고 실용성이나 질이 떨어지는 거죠. 그게 공공이 우선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예전에 업사이클링이 유행할 때 저는 부정적이었어요. 예쁘지도 않은데, 이 가치를 샀을 때 나에게 효용이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마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기업이 프라이탁이라고 생각해요. 프라이탁은 디자인도 살리고, 공공의 가치도 살리고 있죠. 아마 그래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지금까지 말씀하신 게 Jelly Jang의 향후 계획인 건가요?
장 : 오,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웃음)
Q. 마지막 질문입니다. The Table Setter와 공공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정 : 테이블 세터 후원에 감사하고, 네 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공공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장 : 워크숍 중에서 제가 제일 재밌었던 순간은 마지막이었어요. 일부러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았어요. 방향만 정해주고. 그런데, 친구들이 허둥지둥 대면서 '내가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이게 필요하게 될 줄 몰랐네?', '이 재료는 어디서 구해야 하지?' 이런 고민들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어설퍼 보인다는 게 아니라, 그거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내 공간에서, 직접 실현해보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놓친 디테일들을 다시 챙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중요한 일인지 서로 배우는 과정이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수도 재어보지 않고 재료를 사 와서 허둥지둥 댔어요. 그런데,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정 : 솔직히 몇 개월이 필요한 과정을 짧게 압축해서 진행한 워크숍이에요. 그런데도 친구들이 잘 수행해줘서 고맙죠.
장 : 특히 기억이 남는 게, 한 친구가 아이디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해서 아쉬워했어요. 자신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요. 그런데, 아쉬움이 크게 남을수록 배움의 크기도 커지는 것 아닐까요? (웃음)
사진 = 박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