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훔치는 일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 내 40년 평생의 지론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과잉에서 오는데, 기후위기 또한 너무 많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훔친 물건은 어떠한 내역서, 결제서류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채 세상에서 증발하는 것이고, 재정적 손실은 생산자를 위축시켜 세상은 조금 더 쾌적해짐과 동시에 나와 내 딸은 매 끼니마다 지구를 지켰다는 보람과 포만감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 딸은 오늘 아침 자신이 들고간 샌드위치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쓰였다는 사실을 모른다.
최소한의 자정능력마저 퇴화한 아둔하고 지저분한 현대사회의 비계 덩어리를 딸 아이에게 설명하는 일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 그저 퇴근길에 사온 것이라고만 말하며 아이의 조그만 가방에 담아주기만 할 뿐이다.
구조조정을 당한 이후로는 아침에도 여유로워 딸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좀더 다양한 가게에서 작업을 칠 수 있었고, 하면 할수록 내가 이 일을 빌어먹을 정도로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반나절이면 하루치 물건을 다 훔쳤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딸아이와 놀아주다보면 하루는 가고 지구는 깨끗해지는 것이니 이 일을 멈출 수가 없고 도무지 잡히지도 않아 나와 내 딸, 그리고 지구는 나날이 건강하고 똑똑해지는 중이다.
간혹 어설픈 녀석들이 물건을 훔치려다 걸려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곤 하는데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이런 얘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갖지 않아서 한두번 걸리는 것쯤은 사실 무섭지도 않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샌드위치 절도라니,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누가 믿기는 커녕 들어주기나 하나?
그런 이야기는 정말 웃기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