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5.

by 문독수

어린이일적보다 어린이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된 사람은 슬프고 복된 사람이다. 하물며 그것이 형편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기억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기댄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슬프고 복된 일이다. 기억이 뚜렷하다면 뚜렷한대로, 흐릿하다면 또 그것대로 슬프면서 복된 일이다. 그러니 매년 봄마다 피어나는 이런 날에는 그날의 이름처럼 입을 동그랗게 말고 지금을 마음껏 기념하자. 오월 오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여 탄생한 놀라움과 감탄의 날에 우리는 넓은 들판에 모여 손을 맞잡아 둥근 원을 그리자. 친구들을 부르자. 더 큰 원을 그려보자.


트럭운전사 아저씨가 낭독을 마쳤다. 삐뚜른 글씨들이 종이 뒤로 비쳤다. 아저씨는 솥뚜껑만한 손으로 종이를 두번 접어 주머니에 넣었고 태수와 나머지 알콜중독모임 참가자들은 박수를 쳤다. 둥글게 모여 앉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트럭운전사 아저씨는 얼굴을 붉혔다. 태수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래도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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