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기분이 될 때, 감정을 읽히지 않기 위해 모자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영혼이 메말라가고 있는지 살아있는지 가늠이 되는 상위 능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 기분과 분위기를 애써 숨기고 싶을 수도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겠단 느낌이 들어서 그럴 땐 모자를 써서 기분의 감정을 가려주려 하고 있다. 이왕 써주는 김에 어떤 모자를 써볼지 고민하다 보면 설레었다가 망설였다가 실망했다가 즐거웠다가 미안했다가 서글펐다가 감정과 마주하는 일이 잦아지는데, 상대방의 감정을 읽지 않기 위해서 나의 감정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 모자를 자주 쓰게 된 듯싶다. 모자와는 조금 어색한 사이였다가 하나둘씩 받아오고 모으다 보니 감정과 마주하는 짧은 당일치기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모자를 고르고 쓰는 일이 즐거워져 조금은 우리 사이 가까워진 듯하다.
오늘은 어떤 모자를 얹어 볼까나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