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의 일이다.
수영반을 화/목 반으로 옮겼음에도, 몸에 밴 습관은 여전히 월수금의 리듬에 머물러 있었다. 알람을 잘못 설정해 화요일 아침 수영을 놓쳐버린 순간, 사람의 관성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섭도록 정교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침을 여유롭게 맞이했다는 안도감보다 마음 한구석에 남은 찝찝함이 더 컸다. 그러나 나는 이내 방향을 틀었다. 정규 수업은 놓쳤을지언정, 해수풀인 회현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자유 수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루틴을 지키지 못한 '실패'를 새로운 공간에서의 '경험'이라는 전화위복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태도였다.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늘 지난하다. 침대 밖은 위험하고, 익숙한 안락함을 떨쳐내는 일은 매번 큰 결심을 요한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 5분만 지나도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바깥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만다.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이미 건강한 활력이 나의 하루를 채우기 시작한다. 최근 나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생각이 많아지면 용기가 사라진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그러나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시작할 용기는 갈수록 옅어진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는 것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 일단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시간이다. 수영장을 향해 걷는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주저하는 마음을 깨뜨리는 의식과도 같다.
건강한 세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력은 곧 내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그래서 나는 귀찮아도, 피곤해도, 혹은 술에 취한 밤이라 할지라도 매일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타자기를 두드리는 리듬을 통해 스트레스를 밖으로 밀어내고, 복잡했던 생각을 정제하는 아주 정직한 방식이다.
올해의 나는 수동적인 기다림을 거두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찾아주길 바라는 캐스팅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협업자를 찾아 나서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것. 블로그에 정보를 기록하고, 유튜브를 통해 나의 서사를 확장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그 일환이다. 기록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길을 잃고 서성이는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생각의 늪에 빠져 용기를 잃기보다, 운동화 끈을 묶고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드는 오늘의 나를 선택하겠다. 밖으로 나가는 힘, 기록을 지속하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 행동하는 힘. 그 작은 루틴들이 쌓여 나의 단단한 세계가 완성될 것임을 믿는다. 다시 한번 옷을 챙겨 입는다. 수영장으로 향할 시간이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