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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잠 Oct 25. 2023

나는 어떤 공무원이었을까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산책로를

경보 비슷한 느낌으로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니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어떤 사람이

숨을 헐떡이며 내게 숨차게

그러나 느릿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부르신 거예요?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 사람은 오른손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고

손이 가리킨 곳에는 제법 큰 개가 서성이고 있었다.


사실 저 개를 오늘 처음 본 건 아니었다.

며칠 전에도 길에서 마주쳤었는데

요즘 길에서 개를 보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내 기준에는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가가기만 해도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었다.


그 낯선 사람은 혼자 걸으면

저 개가 달려들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고

조금만 같이 걸어줄 수 없냐고 내게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러겠다고 답했고

우리의 낯선 동행은 약 20분 정도 지속됐다.


낯가림이 지독히 심하면서도

모순적으로 어색한 것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낯선 사람이 이런 말을 꺼냈다.

"이렇게 위험한 개가 돌아다니다

행인을 덮칠 수도 있는데

공무원들이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공무원들 진짜 뭐 하는 건지..."

뭐지? 내 얼굴에 공무원이라고 적혀 있나?

조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아직 신고한 사람이 없어서 몰랐나 봐요~"

라고 대답했다.

이 정도 크기의 개가 위험하다 생각하지 못했기에

내게는 이 질문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 사람에게는 저 방황하는 개가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기는 했다.


이제 괜찮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며

다시 집 방향으로 뒤돌아서 걸으려는데

불과 몇 분 전에 들은 얘기가 머릿속을 떠다녀서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사람에게 도움을 준 공무원이었을까

도움을 주지 못한 공무원이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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