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찬란한 벚꽃이 지고서 남기고 간 건
아쉬움보다는 설렘이었던 것 같다.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놓쳐버린 건 아닐까
지나간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다시 맞이할 수는 있을까
이런 사소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고민들은
벚꽃이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색 도화지에 빼곡히 채운
푸른색 잎새들을 보며
괜한 기우였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된다.
그 찰나의 아름다움은 아닐지언정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은 또 다시 찾아오는구나
내 삶도 아마 저 나무와 크게 다를 게 없지 않을까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희망을
눈으로 읽을 수 있어서.